“저, 아시죠? 10년전에 팬레터 열심히 보내던 임창정이예요.”
그런데 김도연은 그 임창정을 모르더란다. 스타와 팬 사이가 원래 그런 것이지만….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임창정은 톱스타와 지극히 평범한 남자의 사랑을 이룬다.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같지만 영화는 이 거짓말같은 이야기를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처럼 정직하고 따뜻하게 풀어나간다.
“제 자신이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을 겪은 사람이거든요. 어려서부터 연기자가 꿈이었고 7년 무명생활을 겪으면서도 그 꿈을 버리지 않았는데, 지금 배우로 가수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이제 대학갈 꿈을 키우고 있는 임창정은 촬영장에서 짬짬히 수능시험 공부를 할 만큼 ‘해가 서쪽에서 안뜬대도’ 꿈을 향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 제작진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야구심판 범수는 외모나 학벌 재력 등 현실적 기준에서 보면 평범 그자체인 남자다. 그런데 톱스타의 사랑을 얻는데 성공한다.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성(性)만 살짝 바꾼 느낌.
러브스토리에 야구의 세계를 접목시킨 영화는 섬세한 심리묘사, 자잘한 복선이 깔린 탄탄한 구성으로 절로 미소를 자아내는 결말을 이끈다. “진실한 꿈은 이루어진다”고 일깨워주는,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착한 영화. ‘접속’ ‘조용한 가족’을 히트시킨 명필름 이은 대표의 감독 데뷔작이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