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노래가 안팔려요』아우성…자구책 안간힘

  • 입력 1999년 1월 27일 19시 07분


CD자판기와 싱글CD, MP3파일….

침체의 늪에 빠진 가요계에 ‘보약’이 될 수 있을까.최근 가요계의 시장상황과 제작전망, 타개책을 살펴본다.

◇ 얼마나 불황인가

12월부터 2월까지의 겨울철은 가요계의 대목이다. 업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신나라유통 자료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인 96년만 해도 겨울철 음반 판매는 전체 매출의 40∼45%. 그러나 정문교부사장은 “지난해 음반시장 자체가 50%이상 줄어든 데다 기대했던 겨울철 판매도 30%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출시된 앨범중 박진영의 ‘키스 미’(25만) 유희열의 ‘토이’(8만) 등이 제몫을 하고 있는 정도.

이런 가운데 16일 ‘컨추리 꼬꼬’ ‘업타운’이 소속된 ‘월드뮤직’이 부도를 냈다. 또 음반제작자 모임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회장 엄용섭)는 최근 음반사에 재정적 피해를 주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동료 제작자 5명을 영구제명시키기도 했다.

◇ 제작전망

‘음반을 내면 망한다’는 게 제작자들의 얘기다. 협회측은 “회원사의 최근 음반 제작계획은 IMF이전과 비교하면 30%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음반산업에 뛰어들었던 대기업들도 속속 퇴장하거나 철수를 준비하는 상태. 삼성영상사업단은 지난해 12월 음반사업부 85명중 50명을 줄이는 대폭의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음반 출시계획도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축소한 상태. 이밖에 LG 대우는 이미 퇴장했다.

◇ 타개책은 있나

불법복제음반 근절과 음반산업에 대한 세제 해택 등 정부차원의 각종 지원, 유통구조의 개선 등 ‘묵은’ 현안들이 있지만 기다리다 지쳤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실질적인 대안으로 모색되는 게 싱글CD의 활성화.제작자협회 엄용섭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회원사들과 관련기관들에 협조공문을 보내 싱글CD 제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음반 하나에 2,3곡을 싣는 싱글 CD는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는 형태. 작사 작곡 편곡료 등 1억원 안팎의 제작비용을 10분의 1수준으로까지 대폭 줄일 수 있고 앨범 출시에 앞서 고객의 반응을 점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도소매상의 유통마진 등 여러가지 이유로 미뤄져 왔지만 장기화되는 IMF의 불황으로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이 ‘CD자판기’. 기존 도매상―중간도매상―소매상으로 이어지는 유통단계를 줄이는 이른바 ‘가두직판’으로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협회측은 한국음악권저작권협회(KOMCA)와 관련 기기업체와 이 문제를 협의중이어서 성사될 경우 가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탈 동영상 압축기술을 이용한 MP3(MPEG PLAYER 3)의 적극적인 이용도 타개책의 하나. 장기적으로 CD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주장도 있지만 생존권 차원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제작자들의 주장이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IMF의 불황이 계기가 됐지만 이같은 가요계의 변화는 음반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들”이라고 전망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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