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5월9일 첫 방송 이래 참가한 청중수는 3백여만명. 그만큼 10대 편향의 쇼오락프로가 점령하던 주말저녁시간대 ‘파고들기’에 성공했다. 공연프로로는 드물게 한국방송대상 백상예술대상 등 굵직한 상도 휩쓸었다.
이 프로에 출연한 가수는 2백여명.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은 중견가수들이 자주 초청돼 방송횟수보다 적은 수의 가수가 출연했다.
그동안 출연한 1백50여명의 국내외 대중가수 중 최다 출연자는 이광조(45회). 이 무대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린 인순이(44회)와 신효범(44회)조영남(41회)이 뒤를 이었다. 50여명의 국내외 성악가 중에는 테너 신동호(17회)와 바리톤 김동규(16회)가 최다출연 1, 2위를 기록했다. 테너 임웅균(12회)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노래도중 갑자기 손수건을 들고 흔드는 등 대중적인 제스처로 인기를 끌었다. 외국가수로는 지난해 11월22일 공연당시 방한 중인 클린턴 미 대통령이 예고없이 나타나 ‘깜짝쇼’를 연출했던 로저 클린턴(클린턴 대통령의 동생)과 뮤지컬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 등이 있다.
애창곡도 튀지않고 잔잔한 노래들이 주류를 이뤄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프로로 자리잡는데 한 몫을 했다. 그 가운데 노사연의 ‘만남’(35회)이 ‘사랑으로’(28회)‘고래사냥’(26회)에 앞서 최다 애창곡이 됐다. 팝송으로는 ‘라 밤바’(19회)가, 가곡으로는 ‘그리운 금강산’(30회)이 가장 많이 불렸다.
고급스런 ‘가족음악’의 정착 외에 ‘열린음악회’의 또다른 ‘매력’은 탁 트인 야외공연. 전체 공연의 3분의1인 1백1회를 서울 올림픽공원,경기도 철원의 구 노동당사 등에서 진행, 단발성 이벤트로 야외공연을 추진했던 다른 음악프로와는 분위기를 달리했다.
하지만 IMF영향으로 지난해부터는 KBS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 96년까지는 야외공연이 가능한 4월부터 10월까지의 공연 중 90%가 야외에서 열렸고 회당 1억5천만원이 소요되는 경비를 부담하겠다는 기업과 기관들이 줄을 이었다. 경쟁률이 3대1에 육박해 신청 후 서너달이상을 대기해야했다.
공연프로로는 드물게 시청률 10권에 진입했지만 이후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린 것도 ‘외출’이 뜸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경식PD는 “한때 KBS에서 기업 협찬금을 받는다고 국회에서 눈총을 보냈던 적도 있었다”며 “당분간 서울을 벗어나는 일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순수음악의 대중화에 박수를 치던 클래식음악계는 이 프로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고급음악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기도했다. 한때 음대학장들이 ‘열린음악회’에 출연하는 음악가들을 강사로 채용하지 않기로 결의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
이문태 책임프로듀서는 “앞으로 정격음악공연과 엄선된 대중가요를 적절히 배합해 수준높은 콘서트 형식의 프로로 정착시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