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論 비디오]컨스피러시-JFK등 수작 즐비

  • 입력 1999년 1월 29일 19시 40분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이 곧 진실일까. 혹 그 배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기말에 넘실대는 음모이론. 비디오 가게는 그 음모이론의 보고다. 도처에 음모가 깔려 있다.

대표주자 격은 ‘X파일’. 외계인의 지구 식민지화 음모가 정말인지, ‘담배 피우는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지, 아니면 모든 게 멀더의 편집증적인 의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오락가락하지만 원칙은 분명하다. ‘진실은 (이 곳 아닌)저 너머에 있다.’

다음주에 출시될 극장판 ‘X파일’은 멀더와 스컬리가 마지막에 ‘액션영웅’으로 바뀌어 버려 김이 샌다.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미 비디오로 나온 TV시리즈 에피소드들이 더 낫다.

외계인과 관련된 음모는 할리우드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중의 하나. ‘맨 인 블랙’에서 이민 외계인을 감시하며 평화를 지키는 비밀조직은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음모를 지닌 사악한 외계생물과 일대 격전을 벌인다. 아마 음모이론을 가장 오락적으로 다룬 영화일 듯.

극장 흥행은 별로였지만 비디오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컨스피러시’도 음모이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다. 갖가지 음모설을 만들어내는 게 취미인 뉴욕의 택시운전사 제리.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숱한 음모설중의 하나가 사실로 드러난다.

‘컨스피러시’에서 국가가 중단시킨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는 음모집단처럼, 대개의 음모이론은 죄없는 희생자들을 만들어내는 거대 권력기관의 정보독점에서부터 비롯된다. ‘코드네임 콘돌’ ‘대통령의 음모’ ‘JFK’ 등에서도 마찬가지.

권력기관은 아니지만 무력한 개인 위에 군림하는 의학집단의 정보독점과 파워도 음모이론이 적용되기 맞춤한 소재다. ‘휴 그랜트의 선택’은 치료약 개발을 위해 은밀히 인간 생체실험을 감행하는 음모에 맞서는 젊은 의사의 분투를 그린 진지한 수작이다.

‘페이스 오프’가 본땄다는 ‘세컨드’도 있다.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식수술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중년의 은행가. 그러나 정체성의 혼란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인간 창조의 망상에 사로잡힌 집단의 음모에 옴쭉달싹 못하고 갖혀버리게 된다.

사실 영화 속의 음모이론은 믿거나 말거나다. 음모가 거대해질수록 황당함도 비례해 커진다. 하지만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던 우리 사회의 과거를 한 번 생각해보라,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속에도 거대한 음모가 잠복해있을지 누가 아는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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