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는 극장, TV에서 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비디오로밖에 접할 길이 없는 단편영화, 그나마 드물게 출시되던 단편영화 비디오가 이번에 목록 한 칸을 더 늘리게 됐다. 한국 단편영화들을 모은 비디오 ‘슬픈 열대’를 펴낸 적이 있는 영화마을이 이번에는 ‘칸 단편영화 걸작선’비디오를 출시한다.
칸 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수상작들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호주 제인 캠피온의 단편영화 등 모두 6편이 수록돼 있다.
단편 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가장 쉽고 즐겁게 볼만한 영화는 첫번째 수록작인 ‘노래하는 박제동물’과 마지막의 ‘바람’ 두 편.
‘노래하는 박제동물’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할리우드 영화 ‘마우스 헌트’에 버금가는 쥐잡기 활극이 펼쳐진다. 겨우 쥐를 잡아 박제를 만들긴 했지만…. 쥐 대신 사내의 박제 머리가 벽에 걸려있는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에는 동물을 착취하는 인간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 영화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96년 칸 영화제 단편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인 ‘바람’은 5분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에 카메라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3백60도 회전하는 카메라가 포착한 찰나의 이미지에는 바람 속에 스쳐가는 사람들의 비극과 체념이 모두 녹아있다. 단편영화만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
‘필’ ‘한 소녀 이야기’ ‘열정없는 순간’ 등 제인 캠피온 감독의 단편영화 3편에서는 가족의 해체, 여성의 정체성 등 캠피온의 관심사들이 펼쳐진다. ‘필’은 가족이라는 틀 안에 공존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기실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스산하게 전해준다.
또 키아로스타미의 ‘수업이 끝난후’를 보면 그가 어떻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만들게 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단편영화를 더 알고 싶다면 비디오로 나와있는 ‘이상한 영화’ 1,2편, ‘슬픈 열대’ ‘덤불 속의 재’, 삼성영상사업단의 ‘서울단편영화제 수상작’ 등을 보면 된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