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박쥐 왜 찍었나』시끌…생태계 파괴여부 논란

  • 입력 1999년 2월 8일 07시 34분


생태계 파괴냐, 희귀종 발견이냐.

전남일대에서 집단동면 중인 세계적 희귀종 ‘황금박쥐’(학명 붉은박쥐)를 교육방송(EBS)과 한국환경생태계연구협회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촬영, 공개한 것(본보 4일자 A18면 보도)을 놓고 생태계 파괴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EBS 등이 황금박쥐를 촬영했다고 ‘알려진’ 전남 함평의 한 동굴은 보도 이후 구경꾼이 몰려들어 당국에서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정작 이 장면을 촬영한 김선숙 환경생태계연구협회PD는 “함평 동굴은 우리가 촬영한 곳이 아니다”며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정확한 위치를 말할 수 없다고 함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박쥐 전문가인 박시룡 한국교원대교수는 박쥐 생태 파괴를 이유로 협회를 사직당국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인기척만으로도 동면에너지 열흘분을 소진할 만큼 예민한 황금박쥐를 플래시를 들이대면서 촬영할 경우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대부분 죽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다큐제작의 학술자문을 담당한 국립환경연구원 최병진박사와 국내 박쥐연구 권위자인 손성원 경남대교수는 박교수의 주장을 근거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황금박쥐는 동면 중 3일에 한번 깨어나 수분을 흡수하거나 동굴을 옮겨다니므로 잠이 깼다고 안전에 위협받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같이 학계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다큐 제작진과 직간접으로 연관되어 있는 환경부는 자칫 생태계 파괴를 부추겼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이다. 환경생태계연구협회는 환경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사단법인이고 최박사가 소속된 환경연구원은 환경부 산하기관이기 때문.

〈광주·함평〓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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