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방영되는 MBC의 2부작 ‘동행’(밤10·35)은 드라마 안팎의 인물들이 묘한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어 흥미롭다.
이덕화(47) 유인촌(48) 주인공에, 유인촌의 형이자 드라마 연출 30년 경력의 프리랜서 유길촌PD(59)가 연출을 맡았다. 극본은 ‘길소뜸’‘씨받이’ 등 1백30여편의 시나리오를 쓴 송길한(60).
주제도 반평생에 걸친 질긴 인연 속에 이념의 갈등으로 쫓고 쫓기는 두 남자를 담고 있다.
어느 복지원. 행려자로 이곳에 수용된 일규(이덕화 분)는 동만(유인촌)을 발견하고 분노에 치를 떤다. 이때부터 현재와 지난 40년간에 걸친 과거가 교차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분노의 강’이 흐르고 있음이 드러난다. 6·25당시 빨치산의 간부로 활동했던 동만, 그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한 일규….
출연진과 제작진의 드라마 밖 인연을 짚어보는 것도 흥미만점이다.
▼ 유인촌과 이덕화 ▼
30년 가까이 중견 연기자로 활동해왔으면서도 함께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가까운 친구로 지내면서도 이상스럽게도 공연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선수’끼리 하니까 재미있더라구요.”(유인촌)
두사람이 마주하는 장면은 눈빛만으로도 화면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는 게 유길촌PD의 관전평.
▼ 유길촌과 이덕화 ▼
역시 첫 작품이다. 유PD는 70년대 초반 이덕화의 부친인 영화배우 이예춘씨로부터 “병석에서 일어나면 꼭 당신 드라마에 출연하겠다”는 약속을 어렵사리 받아냈지만 이씨의 타계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이 약속은 아들인 이덕화에 의해 지켜진 셈.
▼ 유길촌과 유인촌 ▼
알려진 대로 두사람은 형제다. 6남매중 유PD가 맏이고 유인촌이 셋째 동생. 형제가 드라마에서 만난 것은 MBC ‘장희빈’ ‘최후의 증인’에 이어 세번째다. 형제가 북치고 장구친다는 뒷소리가 싫어 애써 피해왔기 때문. 이번 드라마에서도 둘다 서로를 피하고 싶어했지만 노인연기에 적역을 찾지 못한 유PD가 동생을 설득했다고.
▼ 송길한과 유길촌 ▼
이 드라마는 송길한 시나리오로 80년 개봉된 영화 ‘짝코’(임권택감독)를 새롭게 개작한 5공치하의 검열로 주요 대목이 10분이상 삭제되는 수난을 겪은 영화다.
비슷한 연배의 송길한과 유길촌은 가깝게 지내는 사이. 송길한은 “TV드라마를 써보라는 유PD의 권유를 10여년만에 받아들였다”며 “나의 TV데뷔를 유PD가 성사시켰으니 이것도 질기고 묘한 인연”이라고 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