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한국영화 「쉬리」「마요네즈」등 돌풍

  • 입력 1999년 2월 18일 19시 31분


극장가 최대의 성수기인 설 연휴. 13일 무더기로 개봉한 영화들 가운데 한국영화 ‘쉬리’의 독주가 단연 두드러졌다.

13∼17일의 연휴 기간동안 ‘쉬리’가 서울에서 불러 모은 관객은 22만1천명. 하루 평균 4만4천여명의 서울시민이 ‘쉬리’를 관람한 셈이다. 이는 어지간한 영화의 5일간 관객 총계를 웃도는 수치.

‘쉬리’는 개봉전부터도 서울시내 주요 6개관에서 2만3천장의 표가 예매돼 ‘약속’의 기록(1만2천장)을 깨고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예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쉬리’의 흥행 성공은 ‘편지’‘약속’으로 이어진 한국영화의 멜로 붐을 깨면서 우리영화의 가능성을 한 뼘쯤 넓힌 긍정적인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설날 추석 등 명절 때만 되면 어김없이 극장가를 찾아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해온 청룽(成龍)의 ‘빅 타임’은 이번 연휴 때 8만1천여명(이하 전부 서울관객)을 불러모아 예년만 못한 흥행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빅 타임’이 화끈한 액션장면이 별로 없는 어정쩡한 멜로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만큼의 흥행도 대단한 것. 역시 청룽은 힘이 세다.

‘빅 타임’의 뒤를 이어 지난해 여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공포영화의 속편 ‘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가 6만명의 관객을 모아 연휴 흥행성적에서 3위를 기록했다.

또 4만1천명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멜로영화 ‘사랑이 머무는 풍경’을 찾았고 철학적인 전쟁 영화 ‘씬 레드 라인’에는 3만8천명의 관객이 들었다. 서울시내 5개 극장에서 개봉한 ‘씬 레드 라인’은 첫회, 마지막회를 제외하고는 전 회가 매진돼 연휴때 개봉한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좌석점유율(84%)을 기록했다.

‘쉬리’에 비한다면 다른 한국영화의 흥행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럭저럭 선전(善戰)한 편. 김혜자가 모성의 전복(顚覆)을 시도한 ‘마요네즈’가 3만8천명의 관객을 모았고 제주도를 배경으로 장동건 고소영의 예쁜 사랑을 그린 ‘연풍연가’가 3만6천명을 극장으로 불러 들였다.

반면 멜로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의 관객은 1만8천명에 불과, 비슷비슷한 멜로영화에는 관객이 식상했음을 보여주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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