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할리우드 액션물에 익숙한 관객의 눈높이에는 못미치겠지만 굳이 비교하지 말자. ‘쉬리’의 순제작비는 불과(?) 24억원. 할리우드 영화의 1백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까닭이다.
“문제는 돈이었다”고 말하는 제작진으로부터 ‘쉬리’의 촬영비밀을 들어보면….
△총기는 미국에서 들여왔다〓MP5, MSG―1, 데저트 이글 등은 미 특전부대와 대(對)테러부대에서 실제로 쓰고 있는 총기다. ‘히트’‘니키타’ 등에서 선보인 것들로 이런 무기대여를 전문으로 하는 할리우드의 회사 깁슨에서 1억원 주고 빌려왔다. 우리 국방부에서 빌릴 수 있었다면 돈도 절약하고 국산무기를 알릴 수도 있었을텐데 결국 미국무기 선전하는 꼴이 되었다.
△그럼 총격전은 어떻게?〓총은 진짜지만 총알은 미국에서 수입한 공포탄이다. 특수효과팀은 총알이 맞아야 할 부분에 미리 구멍을 뚫고 화약을 심어놓았다. 촬영 순간 공포탄 발사와 동시에 화약을 터뜨리면 불꽃이 튀면서 실감나는 총격전이 연출된다. 수족관 총격전에서는 7천여만원을 들여 크고작은 수족관 20여개를 설치해놓고 박살을 냈다.
△차량폭파 장면은 컴퓨터합성이 아닌 실제촬영〓남한측 요원 한석규와 송강호 등뒤에서 시한폭탄을 장치한 버스가 터지는 장면. 두 배우는 석고와 가죽으로 만든 등보호판을 댄 채 폭탄을 실은 버스의 10m앞에 섰다. 신호와 함께 폭탄이 터지고 두 배우는 앞으로 달려나오며 점프. 강제규감독이 “전 출연 제작진의 조화가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을 만큼 작업하는 사람들사이의 신뢰가 없으면 못할 일이다. 촬영은 단 한번에 끝났다. 자동차를 여러대 폭파시킬 만한 돈이 없었기 때문.
△자폭하는 북측 여자요원은 인형이래요〓남측요원들에 포위당한 북측 요원이 폭탄캡슐을 먹고 산산조각으로 터진다. 사람을 놀래키는 장면이지만 사실은 배우가 아니라 배우와 똑같이 생긴 인형이다. 배우의 얼굴본을 떠서 모형에 씌우고 똑같은 자세로 만들어낸다. 모형을 만들기 위해 2,3시간 꼼짝않고 있는 일이 더 힘들었다고.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