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랑과 성공」제작팀, 오연수 임신8개월 비상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8분


오현창PD와 카메라감독 김용남차장의 ‘눈빛사인’이 수시로 교환된다. 물론 “가려라 가려라”는 제작지침을 받은 의상 분장 등 스태프의 눈초리는 반짝반짝 빛난다. 35%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중인 MBC 주말극 ‘사랑과 성공’(밤8·00)에서 여주인공 인애역을 맡은 탤런트 오연수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동료탤런트 손지창과 결혼한 오연수가 임신 8개월로 접어들면서 배가 불룩한 상태. 이를 둘러싼 짚어본다.

▼오연수는 얼굴만 나온다

인애는 태우(박상원 분)와 연인이지만 결혼하지 않은 상황. 지난해 9월 첫방영 이후에야 오연수의 임신상태를 알게 된 제작진은 아차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PD는 “두툼한 옷을 입는 겨울이 우리 드라마를 살려줬다”고 말한다. 의상은 주로 펑퍼짐한 티셔츠나 두꺼운 코트차림이고 카메라는 전신이 찍히는 형태를 피해 인애를 클로즈업했다. 연인끼리 껴안는 장면도 촬영금지.

▼드라마 내용을 바꿀까

오연수의 임신사실이 알려지자 제작진은 ‘비상카드’를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태우와 인애의 정동진 데이트신 촬영에는 은밀한 내용이 있었다. 두사람이 민박을 하면서 ‘사고’를 치는 장면을 예비용으로 찍은 것. 오연수의 임신을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인애의 결혼을 앞당기자는 의도였지만 실행되지는 못했다. 오PD는 “결혼 얘기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인애의 결혼이 결정되는 것은 파장이나 다름없다”면서 “배가 부른 오연수를 놓고서 결혼시기를 저울질 하는게 작가와 PD의 최대의 고민이었다”고 말할 정도.

▼어떻게 끝나나

3월7일 마지막회에서 드디어 태우와 인애의 결혼식 장면이 방영되고 석희(김상경)와 명지(정선경)는 가까운 사이가 된다. 그러나 고민은 남아 있다.

“결혼식 뒤 8개월쯤 지나 극중에서도 인애가 임신한 것으로 처리합시다. 마음놓고 한번 제대로 찍어보자고요.”(오PD)

“싫어요. 시청자들에게 그냥 이전 내 모습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오연수)

마지막까지 계속되는 두 오(吳)씨의 설전이다. 오PD는 “남편인 손지창 빼고는 내가 카메라를 통해 임신초기부터 현재까지 오연수의 모든 것을 관찰한 인물”이라며 “약해보이던 오연수가 출산을 준비하면서 엄마의 강한 이미지로 바뀌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오연수는 “힘들었지만 최명길선배가 ‘용의 눈물’을 찍으면서 임신 때문에 몰아치기로 촬영을 마친 것에 비하면 고생도 아니었다”면서 “무사히 종착역까지 도달해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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