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헌(MBC제작본부장)〓‘청춘’의 표절로 물의를 빚어 시청자들에게 죄송하다. 드라마 편수는 많고 작가가 생각해낼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돼 있는 형편이어서 줄거리나 캐릭터의 일부가 닮을 수는 있지만 ‘청춘’처럼 화면연출기법까지 같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표절 문제에 둔감하게 대응해온 우리 방송의 고질적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다.
우선 90년 발표된 MBC방송강령에서 표절문제 등 구체적 언급이 없는 부분을 보완해 다시는 표절이 있을 수 없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외주 제작 프로에 대해서도 표절 의혹이 있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자체 심의를 강화하겠다.
▽이석우(KBS제작본부장)〓MBC ‘청춘’의 표절파문을 계기로 드라마와 쇼 등 각 제작단위별로 표절에 관한 잡음이 없도록 재검토를 지시했다. 표절은 도덕성의 문제인 것은 물론 일본 방송의 개방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 방송의 경쟁력 문제와 직결된다. 앞으로도 표절이 반복된다면 우리 방송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디지털방송 준비 등 하드웨어의 정비도 필요하지만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인력과 재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시급하다. 드라마는 방영 전날까지 촬영하면서 방영 날짜 맞추기에 바쁘고, 다큐멘터리 등 교양 프로도 제작기간이 6주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이같은 방식으로는 몇년에 걸친 기획과 투자로 고품질의 프로를 만들어 내는 선진 방송사와 경쟁할 수 없다.
▽안국정(SBS TV제작본부장)〓표절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청춘’은 제작인력이 현저히 부족하고 만들어낼 프로는 많은 우리 실정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이 알지 못하는 일본 프로를 베끼자는 게 아니다. 방송종사자들은 더욱 창조적인 자세로 프로그램에 접근해야 한다.
▽이영미(방송위원회심의국 텔레비전부장)〓방송심의규정에 표절관련 조항이 미비하다.‘타 방송프로그램을 표절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조항만이 있을 뿐이다.
또 표절의혹이 있더라도 가요처럼 ‘도입부 2소절 중간부분 4소절 등’ 구체적인 잣대가 없다. 이때문에 표절관련 제재는 MBC 미니시리즈 ‘거미’가 일본 영화를 부분 표절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을 받은 것 등 2건에 불과하다.
앞으로 새로운 방송위원회가 출범하면 표절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표절여부를 방송위 심의의 항목으로 넣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김갑식·이승헌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