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누적적자 1조원 넘어…95년 출범이후 4년간

  • 입력 1999년 3월 31일 19시 16분


95년 케이블TV 출범이후 98년까지 4년간 누적적자가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방송국격인 프로그램 공급사(PP)들의 4년간 누적적자가 모두 7천9백6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각 지역 송출을 담당하는 케이블방송국(SO)의 97년까지의 누적적자만 1천5백억원. SO의 98년 적자를 감안하면 총 누적적자는 1조원을 넘는다.

한국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최근 PP(아리랑TV 교육 KTV 동아TV 제외)들의 가결산 자료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5개 PP 가운데 누적적자가 가장 많은 곳은 뉴스채널 YTN(1천3백68억원). 자기 자본을 잠식당한 곳도 현대방송(HBS) 등 10군데다. 반면 누적 흑자를 기록한 곳은 홈쇼핑채널인 39쇼핑이 유일했다.

이처럼 PP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는 이유는 출범 당시 정부의 무리한 다채널 정책과 업계의 과다한 초기 투자 때문. 정부는 특혜 시비를 의식해 동일 장르당 복수 채널을 허용해 출혈경쟁을 불렀고 케이블TV 정착을 위해 약속했던 전송망 설치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케이블방송을 ‘황금알 낳는 사업’으로 오해한 업계는 인력 장비 시설 면에서 공중파 방송국을 방불케 하는 과다투자를 감행, 부실 경영을 빚었다.

이같은 누적 적자로 인해 PP의 소유주가 이미 바뀌었거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3개 방송국 주인이 바뀌었고 4개 방송(GTV CTN 캐치원 DCN)도 새주인을 찾고 있거나 협상을 진행중이다.

또 장사가 잘되는 장르에 여러 PP가 몰리는 현상이 빚어졌다.

그러나 케이블업계는 점점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혹독한 감량경영 덕분으로 98년의 경우 당기 적자가 1천4백억원으로 97년의 2천3백72억원보다 69%가 줄었다. 올해는 초기 투자의 거품이 빠진데다 채널티어링제(채널을 시청자 취향에 따라 일정하게 묶어 방송하는 제도)의 도입으로 가입가구가 늘고 있어 당기 흑자를 낼 만한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방송가에서는 위성TV의 등장이 케이블방송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위성TV도 케이블방송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케이블 및 지상파 방송과 연계한 프로그램 수급 방안, 위성방송의 전문성 확보, 효율적인 경영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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