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서적에서나 나올 법한 전문용어가 아니다. 지난 주부터 사운(社運)을 걸고 밤8시30분대 일일드라마 경쟁에 돌입한 KBS1과 MBC의 편성전략 키워드다. 5일 나란히 시작한 ‘사람의 집’(KBS1)과 ‘하나뿐인 당신’(MBC)은 한주일 동안 각각 23.3%와 23.8%의 시청률을 기록해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우선 ‘선점 효과’는 MBC의 전략. 지난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줄곧 KBS1보다 짧게는 2분, 길게는 10분 먼저 드라마를 내보냈다. 아직 고정시청자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단1분이라도 빨리 시청자를 붙들기 위해 마련한 카드다.
반대로 KBS1은 ‘붕어빵꼬리 효과’에 기대를 걸었던 셈. M BC보다 늦게 시작하는 반면 5분 늦게 끝내는 전략이다. MBC드라마가 끝난뒤 KBS1로 채널을 돌린 시청자들을 마지막 5분간 흡수해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 ‘붕어빵꼬리’라는 별칭도 ‘잉여 시청자’를 마지막에 한꺼번에 흡수하는 모양새가 끝부분이 갑작스레 벌어지는 붕어빵의 꼬리와 비슷하다는 데서 나온 표현이다.
KBS1은 목요일까지 MBC에 시청률이 계속 뒤지자 두 효과를 모두 기대, 금요일에는 MBC보다 4분 먼저(오후8시13분) 시작하고 이전처럼 58분에 끝냈다. 결과는 MBC를 처음으로 5.5%포인트나 앞선 26.1%. 하지만 이같은 편성전략이 방송사의 고유영역이라는 점과는 별도로 문제점도 만만찮다. 30여분간 방송키로 한 프로를 시청률을 위해 앞뒤로 ‘고무줄’처럼 늘여 길게는 40분을 넘기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약속을 저버렸다는 것. 또한 일일드라마를 일찍 내보낸 만큼 앞시간에 편성된 프로의 방송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편성의 공평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