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성대사장이 12일 취임 한달만에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표절의 기준이다.
그는 “드라마 ‘청춘’처럼 모조리 베끼는 것은 안되지만 일본의 방송을 보고 아이디어를 따오는 것조차 막아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즉 공영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아이디어 표절은 ‘창조적 모방’이라는 주장.
그는 또 “일본에서 아이디어를 채용하는 것은 방송뿐만이 아니지 않느냐”며 다른 매체들을 겨냥했다. 이는 남들이 잘못하니까 내 잘못도 괜찮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노사장은 취임 직전 인터뷰에서 MBC ‘청춘’에 대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 개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가 명령한 ‘시청자에 대한 사과’방송 외에 MBC가 자체적으로 취한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
노사장은 이날 “일본에서 ‘뜨는’프로들을 미리 스크린하겠다”고만 밝히고 제도적 장치(표절방지위원회, 처벌규정 신설) 마련을 약속하지는 않았다. 최고책임자의 의지가 강해도 일선 제작진이 ‘표절’유혹을 뿌리치기 힘든게 현 방송국 실정이다.
노사장은 또 방송개혁위원회가 제안한 MBC민영화에도 “우리처럼 ‘제3의 길’을 가는 방송사도 필요하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영성을 추구한다면서도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아이디어의 표절쯤은 상관없다고 믿는 것이 ‘제3의 길’인지 궁금해진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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