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리뷰]SBS드라마「토마토」, 만화같이 황당…

  • 입력 1999년 4월 26일 19시 32분


SBS의 미니시리즈 ‘토마토’(수목 밤9·55)가 21일 첫 방영됐다. 지난해 성공한 ‘미스터 Q’의 작가 연출자 여주인공이 그대로 다시 나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껏 모은 작품이다.

그러나 첫회 방영 후 ‘만화같다’ ‘미스터 Q의 복제판이다’ 등의 평이 나왔다.

드라마는 ‘극적(劇的)’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현실에서 쉽게 일어날 성싶지 않은 의외성을 담기 마련이다. 그러나 ‘토마토’는 극적이라는 단어를 넘어서 ‘만화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 있지만 착하고 예쁜 한이(김희선 분)는 ‘콩쥐형’ 여주인공.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으면서도 마음씨가 고약한 ‘팥쥐형’ 여고동창생 세라(김지영)가 사사건건 한이의 운명에 끼어든다.

‘왕자형’ 남자주인공 승준(김석훈)과 여주인공들의 엇갈린 인연은 ‘인어공주’와 비슷하다. 폭력배에게 테러를 당한 승준(김석훈)이 피투성이가 된 채 차에 뛰어드는데 그 차에는 세라와 한이가 타고 있다. 승준을 병원까지 데려다 준 것은 한이지만 승준은 무의식중에 언뜻 본 세라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줄 안다. 또 승준이 퇴원 뒤 얻은 전셋집은 한이가 살던 그 곳이고 한이가 새 집을 구할 때까지 두사람은 영화에서 흔히 보는 ‘한지붕 두 남녀’로 살아간다.

‘토마토’는 또 ‘미스터 Q’의 성공에 안주한 ‘자기복제’형 드라마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같은 작가(이희명)와 연출자(장기홍)는 무대를 여성 속옷회사에서 구두회사로 바꾸었을 뿐 비슷한 패션쇼 장면에 비슷한 성격의 인물들을 배치해 놓았다. 더구나 ‘미스터 Q’에서도 여주인공을 맡았던 김희선은 대사조차 분명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가운데 청순가련형 이미지만 반복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만화나 동화, 혹은 공상에서나 있을 법한 비현실적이고 박제된 이야기로 맑고 신선한 ‘토마토’는 커녕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토마토케첩’ 수준의유치한재미에집착하고 있다.

한편 MBC 주말극 ‘장미와 콩나물’에 출연중인 김혜자의 모습은 현실에 바탕을 둔 생생한 연기가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22일 방영된 MBC ‘논픽션 11’의 ‘형진이의 권리선언’편도 장애인의 홀로서기 노력을 그린 수작이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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