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서 연기쪽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는 가수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대학가 클럽에서 이미 스타대접을 받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밴드 ‘허클베리 핀’의 홍일점 보컬 남상아도 마찬가지다.
8월 개봉 예정인 ‘질주’의 여주인공 바람 역을 맡아 마이크보다 ‘더 무서운’ 카메라와 씨름을 벌이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와 고시생 등 개성이 다른 젊은이 네명의 꿈과 좌절을 그린 이 영화에서 남상아는 가수 역할을 맡았다. 그는 “노래 잘 부르는 배우가 필요하다는 감독의 설득에 넘어갔다”면서 “노래와는 또다른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해체된 ‘삐삐 롱스타킹’의 권병준은 1일 개봉되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에서, ‘신촌블루스’의 김형철은 공연예술진흥협의희의 등급 보류판정으로 개봉되지 못한 ‘노랑머리’에서 조연과 주연을 각각 맡았다. 영화에서 둘다 노래가 아닌 연기로 승부했다.솔로중에는 임창정이 ‘비트’와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김민종은 ‘귀천도’와 ‘토요일 오후2시’에서 연기만했다. 윤도현은 ‘정글스토리’에서 노래도 불렀다.
이들 ‘노래하는 배우’‘연기하는 가수’들에게 왜 한우물만 파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하면서도 음악을 듣고 TV까지 보아온 신세대는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우물은 한꺼번에 여러개를 팔 수도 있는 ‘멀티 미디어족(族)’이기 때문. 홍콩 일본 미국 등 해외 연예산업의 경우 스타들의 연기겸업은 더욱 활발하다.영화평론가 강한섭교수(서울예대)는 “가수들의 영화진출을 제작자의 얄팍한 돈벌이 속셈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영화가 흥행산업인 만큼 외국처럼 장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스타를 끼워팔기식으로 만든 상품이라면 흥행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 이 경우 출연하는 스타 역시 잠깐의 ‘외도’로 끝나기 십상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