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기 위해 이를 악물고 덤비지 않는다. 박해선 KBS PD(‘이소라의 프로포즈’연출자)는 “노래에 욕심을 내지 않고 생활의 느낌을 연주하는 듯하다”며 “타고난 감각이 시대와 맞아 떨어지는 행운아”라고 말한다.
그만큼 김현철의 노래는 쉽고 편하다. 심각한 메시지도 없고 애원조의 사랑타령도 아니다. 새음반(7집)의 머릿곡 ‘연애’는 사랑할 때 느끼는 설렘을 노래했는데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 ‘누굴 좋아한다는데 그런 이유가 어디있겠어’와 같은 구어체가 그대로 옮겨져 있다. 김현철은 “노래에 메시지가 꼭 필요한가”라며 “무심(無心)으로 음악을 만든다”고 말했다.
다른 수록곡 ‘잘못하고 있는 일’ ‘이길은 언제나’ ‘그렇더라도’등은 ‘이 고물차 엔진소리’ ‘턱밑이 시큼한 느낌’ ‘그림같은 집을 짓고서 함께 살고 싶은 기분이야’등의 가사, 듣기 편한 선율과 곡구성이 머릿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창법도 가식이 없다. 그도 “태어났을 때 아! 하고 울었던 음성 그대로”라고 말한다. 어떻게하면 노래를 잘할까 하고 고민한 적도 없다.
추구하는 음악 색깔에 대해서도 그는 “팬들이 이제는 김현철이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윤곽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 세계는 재즈풍이고 고급스런 발라드, 음악적 깊이를 지닌 대중적인 성인음악(어덜트 뮤직)으로 분류된다.
새음반을 내면서 했던 고민은 딱 하나. 표절 문제다. 2년전 표절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기 때문. 작품을 만든 뒤 녹음실기사나 동료에게 여러번 들려줬다. 머리에 저장된 ‘음악 자료’에서 곡이 나오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표절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경모 SBS 라디오PD (‘류시원의 기쁜 우리 젊은날’연출자)는 “김현철은 자기 나름의 색깔을 찾아가는 작가”이라며 “음반의 흥행 요건을 아는데도 개의치 않고 자기 음악을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