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 김윤진, KBS2 「유정」 주연발탁

  • 입력 1999년 6월 1일 19시 52분


영화‘쉬리’의 히로인 김윤진(27)은 이제 ‘쉬’자도 지겹다고 했다. 아직도 상영중인 이 영화에서는 ‘여전사 이방희’지만 그 영광의 이름이 언젠가 ‘족쇄’로 변할 것을 지난 4개월간 육감으로 느꼈다.

“영화끝나고 나니 어쩌면 그렇게 선굵은 투사형의 역할만 요구하는지…. 이제 연기를 좀 알것 같아 연기갈증이 이는데 똑같은 이미지만 원하는 것 같아 초조했어요.”

그래서 김윤진에게는 방영 한달이 다가오는 KBS2 주말극 ‘유정’의 장희주 역할이 참 반가운 배역이다. 홈쇼핑TV사장을 아버지로 두고 MBA까지 마쳤지만 말단부터 제 힘으로 올라서는 인물이다.

“회식자리에선 폭탄주로 좌중을 압도하기도 하죠. 어떻게 보면 또다른 여걸일 수도 있어요.”

직장에서의 여전사로 비춰질까봐 걱정스럽다는 말. ‘쉬리’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지는 못했다며 혀를 끌끌 찬다.

그래도 96,97년 ‘화려한 휴가’ ‘예감’ ‘웨딩드레스’ 등에서 조역으로 나왔던데 비하면 ‘유정’의 주역 발탁은 ‘쉬리’성공이 발판이었던 셈. ‘웨딩드레스’때보다 대사전달력이 몰라보게 좋아진 비결을 물었더니 김윤진은 연극이론을 들고 나왔다.

“남들처럼 입에 볼펜물고 연습한건 아니지만 대사가 많이 나오는 라디오프로를 줄곧 들었죠. 미국 연극판에서 연기배울 때 발음은 곧 듣기가 기본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웠거든요.”

14년전 미국 뉴욕으로 이민가서 보스턴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졸업후 브로드웨이에서 ‘햄릿’ ‘정크본즈’등 10여편의 정극에 출연했다.

2년만에 돌아온 방송가 제작풍토에 대해서는 한동안 말을 잊은 적도 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있는 ‘현장에서 팩스로 대본받기’도 여러번 겪었다.

“외국에서는 이 정도면 방송사고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 대본으로 PD지시 받아가며 척척 즉석에서 대본외우고 연기에 몰입하는 ‘적응력’에 탄복했어요, 정말.”

외모나 몸매(36―23―34)도 이국적이라 쇼프로 MC제의가 쇄도할 만한데 김윤진은 만능 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 우리 풍토를 꼬집었다. “겹치기는 절대 사절입니다. 비싸게 구는 것이 아니라 집중이 안돼서 그래요.” 다만 가을에 시작되는 서울연극제 개막작품 ‘바다의 여인’(로버트 윌슨 연출)만큼은 교과서에서나 보던 연출가를 직접 만나게돼 놓치기 싫다고 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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