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TV를 보며 하루의 시름을 털어내기에는 역시 드라마가 최고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허구의 세계로 나른하게 빠져들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고단한 현실을 잊을 수 있다. 요컨대 사람들은 재미와 위안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드라마를 시청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사람들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요인들에서 가장 쉬운 예로는 아마도 ‘드라마 중독’을 촉발하는 심리학적 제작기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기법은 사람들을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을 이용하여 착한 시청자들을 ‘열받게’하면 된다는 식으로 설명된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모든 방송사가 시청률 전쟁의 첨병으로 드라마를 배치하고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드라마가 주요한 일용 오락물로 정착된 것은 방송사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해야 한다. 그 결과 모름지기 사람이 빵만으로 살 것이 아니요 드라마도 봐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가 우리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자기는 재미없다고 느끼는 드라마라도 봐야 하는 상황마저 조성된다. 드라마를 안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되거나 심지어 ‘왕따’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이 상당부분 TV의 편성표에 맞춰져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밤8시대와 10시대에는 드라마를 보고 9시대에는 뉴스를 보는 식의 생활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 이 기괴하리만치 일사불란한 대중사회의 삶 속에서 우리는 드라마를 보도록 조형되는 것이다.
홍성태(문화과학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