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할만한 ‘스몰 솔져’(12일 개봉).인형으로 만들어진 게임속 캐릭터에 군사용 인공지능 칩이 장착되면서 게임속을 튀어나온 이들이 현실을 무대로 벌이는 치열한 전투를 그렸다.
‘그렘린’의 제작과 연출을 맡았던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 단테 감독이 같은 역할로 다시 만났다. 무서운 괴물로 변하는 ‘그렘린’의 애완동물 모과이처럼, ‘스몰 솔져’에서 인형들이 온갖 신종 무기를 만들어가며 전쟁을 벌이는 광경도 ‘정말 장난이 아니다’.
사람과 인형들간의 싸움은 살기 등등하고 바비 인형들이 사람에게 달려드는 장면, 잔디깎기 기계로 인형들을 깔아뭉개는 장면 등은 기괴하고 잔인하다. 12세이상 관람이 가능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엔 부적절한 영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자본주의적 인간형에 대한 풍자는 재치있다. 그러나 관객에게 자꾸 교훈을 주려하는 스필버그의 오래된 버릇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패자로 프로그래밍됐으나 현실에서는 승자가 된 인형들이 심각한 대사를 읊으며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어줍잖고 영화 전체의 맥락과도 맞지 않는다.
▼특수효과 ▼
‘스몰 솔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내용이나 인물이 아니라 인형들의 전투를 화면에 생생하게 실어낸 테크놀로지다.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이끄는 특수효과팀 ILM은 장난감 인형의 움직임과 컴퓨터그래픽(CG), 배우들의 연기를 따로 촬영한뒤 이를 감쪽같이 합성했다. 인형들의 표정 변화, 정교한 동작들도 CG로 그려넣은 것.
인형 하나는 네가지 모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전투장면을 위해 던져도 부서지지 않는 모형, 안에 동력장치를 넣어 리모콘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형, 막대기나 케이블로 조종해 걸어다니는 모형 등 모두 4개. 모형을 조종할 때 사용된 막대기와 케이블은 CG로 말끔하게 지웠다.
동력장치와 데이터를 입력한 30㎝ 크기의 모형에는 ‘쥬라기공원’의 T―렉스 공룡에 입력된 데이터의 65배가 들어갔다고. 이 영화를 위해 제작된 모형은 모두 237개이고 CG는 325장면에 쓰였다. 이는 ‘쥬라기공원2’보다 모형은 5배, CG장면은 62배나 많은 수치. 전체 제작비 4천만달러가운데 특수효과 비용이 45% 가량을 차지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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