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만든 그룹 「신화」…2집음반 이례적 뒤늦게 인기

  • 입력 1999년 6월 13일 19시 53분


룹 ‘신화’가 신화 만들기에 나섰다.

‘신화’는 가수출신 음반기획자 이수만이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6인조 그룹. ‘H.O.T’ ‘S.E.S’ 등 SM가(家)의 ‘한지붕 세가족’중 가장 처졌다. 지난해 데뷔 음반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SM가의 ‘천덕꾸러기’가 됐다는 성급한 추측도 나왔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4월중순 나온 2집 ‘T.O.P(Twinkling of Paradise·천국의 반짝거림)’가 50여일 지난 최근 판매 30만장을 넘어섰다. KBS2 ‘뮤직뱅크’ 등 인기를 짐작할 수 있는 ARS 시청자 집계에서도 정상권에 들어섰다.

댄스 그룹의 음반이 늦게 정상에 육박하는 것은 드문 사례다. 댄스 그룹은 보통 발표 보름만에 성패가 판가름나기 때문. 이수만은 “‘H.O.T’와 차별화를 위해 보컬 화음 등 음악성을 강조했다”며 “그러다보니 ‘H.O.T’만큼의 순간 폭발력은 부족하나 은근하면서 탄탄한 인기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화’의 전략은 ‘보는 음악’은 물론 멤버간의 보컬 화음 등 ‘듣는 음악’을 동시 구사하는데 있다. 덕분에 ‘신화’의 팬은 10대 초반위주의 ‘H.O.T’와 달리 10대 중반 이상, 20대 팬도 적지 않다. 무대에서 2,3인씩 소그룹으로 나눠 랩이나 노래의 화음을 맞추는 한편 율동의 다양성을 표현한다.

머릿곡 ‘T.O.P’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중 도입부를 따왔다.

최근 유행하는 샘플링 기법을 이용, 클래식의 선율감으로 개성을 강조한 것. 그러나 ‘백조의 호수’를 차용한 미국 래퍼 라크로스의 ‘세이브 미’와 출시 시기가 거의 비슷해 표절 의혹을 사기도 했다.

‘신화’는 음반에 수록된 다른 곡에서도 다양한 장르로 음악성을 보여준다. ‘원’은 메탈 요소를 가미했고 ‘소망’엔 발라드의 부드러움이 물씬 풍긴다. 괴기스런 분위기의 ‘푸리’는 “1950년 형제의 피를 마신다”는 과격한 대사도 들어가 있다. 멤버들은 재미교포인 에릭 문과 앤디 리를 비롯해 이민우 신혜성 전진 김동완 등. 에릭은 랩의 가사를 전부 썼고 신혜성은 일부 곡의 가사를 썼다. 춤은 전진과 이민우의 몫.

‘신화’는 그룹 ‘핑클’ 등과 함께 IMF 불황속에서 살아남은 몇안되는 신인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더욱이 음반 30만장 판매는 이미 팬들의 ‘탐색기’를 넘어서 인기 탄력이 붙었음을 뜻한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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