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그룹은 지난 1월 전국 각 대학 영문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문학과 영상학회’. 학회결성 후 ‘영화와 소설’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거듭해온 이들은 7월5∼7일 건국대 원격화상 강의실에서 ‘영화 그리고 문학, 문화’를 주제로 여름학교를 연다. 회원이 중심이 돼 99년 봄학기부터 서울대에 교양강좌 ‘법과 문학과 영화’, 건국대와 전북대 영문과에는 각각 ‘미국문화와 미국영화’‘영화의 이해’강의를 개설하기도 했다.
영문학자들이 영화수용에 앞장서는 이유는 이미 뉴욕주립대등 미국대학의 문학강의에 할리웃영화를 통해 미국인의 기층정서를 분석하는 등의 강좌가 마련돼 성과를 거둔 선례가 있기 때문. 문학과 영상학회 김성곤회장(서울대교수)은 “독자 뿐 아니라 작가들도 영상문화속에서 자란 세대로 교체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현실인식방법을 공유하려면 더 이상 영상매체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학회의 창립취지를 밝혔다.
그러면 문학은 과연 영화로부터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문학과 영상학회’는 그간의 세미나를 통해 △감상시간이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영화텍스트를 반복적으로 분석해 문학작품 해석의 감식력을 기를 수 있다 △인종 성(性) 정체성 소수민족문제 등 현대의 화두를 다룬 문학과 영화 작품을 비교연구함으로써 양자간 이해와 논의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소설을 극영화로 각색하는 실습을 통해 두 매체의 미학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등을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지침으로 간추려 왔다.
영화쪽에서도 문학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소설가 출신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초록물고기’의 이창동감독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감각적 능력이 아니라 영화 속의 ‘이야기(서사구조)’가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달려있다. 한국영화가 발전하려면 먼저 젊은 영화인들이 문학을 통해 서사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문학자들의 발상전환은 국문학계나 현업의 젊은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문학과 영상학회 여름학교에서는 ‘영화와 문학의 서사이론’‘영화장르와 문학장르’ 등 총 7개 강좌를 영문학자 영화학자 영화감독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대상은 석박사과정의 문학 영화학 전공자나 현업 종사자. 수강료 3만원. 02―2290―0758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