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첫회인 ‘신조(神鳥)’를 시작으로 7월27일까지 월화 밤9시50분에 방송될 99년판 ‘전설의 고향’엔 괴기스러운 귀신은 등장하지 않는다.
으스스한 공포감 대신 문학적인 향기를 부각시킨다.
요란한 특수효과를 자제하는 한편 권선징악과 충효 등 고유사상과 정서를 강조할 계획이다.
‘전설의 고향’은 지난해까지 영화 ‘은행나무침대’나 ‘퇴마록’같은 특이한 소재와 특수효과에 치중했으나 시청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소재는 ‘묘곡성’ ‘씨받이’ ‘열녀문’ 등 친숙한 것이었으나 홍콩무협영화에 가깝다는 평도 들었다. 초반 시청률은 20%대였으나 점차 하락세를 보였고 “이건 아닌데…”하는 반응이 뒤따랐다.
우리민족의 은근한 정서와 뚝배기같은 감동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래서 제작진은 “올해는 ‘TV문학관’의 성격이 짙게 배어나는 드라마로 바꾸었다”고 밝힌다.
예를 들어 6회에 방송되는 ‘오세암’은 단 한명의 귀신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여름 눈덮인 산길을 배경으로 주변의 떠도는 애잔한 전설을 전할 뿐이다.
등장하는 귀신도 그리 공포스러운 존재는 아니다. 한풀이만 일삼지 않고 반목과 갈등으로 아귀다툼하는 인간들을 조율하는 역할도 한다.
KBS 드라마국의 한PD 말대로 ‘뉴밀레니엄 귀신’인 셈이다.
“이 얘기는 △△에서 전해진 전설로…”시작하는 성우 김용식의 굵직한 내레이션은 올해도 이어질 예정. 첫회인 ‘신조’는 신녀(神女)아란설(김소희 분)이 고구려를 침략한 중국 한나라 태자를 물리치고 한마리 새로 변한다는 이야기.
‘전설의 고향’은 90년 중단된 뒤 6년간 쉬고 96년 부활한 아픈 ‘전설’을 갖고 있다. ‘뉴밀레니엄 귀신’이 기대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