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쌍쌍파티’로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악극 무대에 서는 트로트가수 주현미. 때로는 간드러진, 때로는 청승맞은 목소리로 듣는 이의 애간장을 녹여온 그가 악극 ‘가거라 삼팔선’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제목 그대로 6·25와 이산가족의 아픔을 그린 이 최루성 악극에서 주현미는 전쟁으로 헤어진 남편 조만득(김갑수 분)을 기다리는 한많은 여인 역할. 평소 눈물많기로 소문난 그이지만 ‘가거라…’의 줄거리가 너무 슬프다며 연습 중에도 계속 훌쩍거린다. 제작진이 “주현미씨, 공연 얼마 남지않았는데 감기 걸리면 어떡해요!”라고 구박을 줄 정도.
선배 가수 윤복희(주현미의 친정어머니 역)가 “너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연을 제의했다. 꼬박 한달간 연습에 매달렸다는 주현미는 악극의 재미를 ‘공동 작업’에서 찾았다.
“가수는 무대 위에서 늘 혼자거든요. 이번처럼 여러 배우들이 대사와 감정을 주고 받으며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몰랐어요.”
덕분에 주현미는 극중 노래할 때도 전후의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주변 인물의 연기까지 고려하게 됐다고. ‘가거라 삼팔선’ ‘봄날은 간다’ ‘잃어버린 30년’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 등 ‘툭 치면 바로 나올’정도로 수없이 했던 노래를 부르지만, 이번엔 아무래도 느낌이 더 절절하다고 말했다.
공연을 위해 7월로 예정됐던 새 앨범의 출시도 가을로 미뤘다며 “윤복희만 믿고 캐스팅했는데…”라는 뒷말을 듣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겠다고 했다.
차범석 작, 한진섭 연출, 윤복희 작곡. 13일부터 8월1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평일 오후3시 7시반, 토일 3시 6시반(월 공연쉼). 02―576―2211.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