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하우등」세파에 찌들고 버림받은 여섯남녀 얘기

  • 입력 1999년 7월 1일 19시 25분


제목 ‘하(夏)우(雨)등(燈)’처럼 여름과 비와 등불은 이 영화를 이끌고가는 주요 모티브다. 질식할 듯한 여름, 세상에서 버림받은 남자 3명이 버려진 폐교에 깃들고 세상살이에 지친 여자 3명은 장마비가 내리던 날 폐교가 된 모교를 오랫만에 찾는다.

남자들에게 폐교는 권태롭고 답답한 곳이지만 여자들에겐 과거의 상처를 달래주는 정화의 공간. 엇갈리는 이 공간의 의미는 폐교를 결국 자신이 머물 곳으로 선택한 남자와 학교를 다시 찾은 여자가 등(燈)을 매개로 만나 하나로 모아진다. 색감과 빛의 미묘한 차이로 표현되는 공간의 변화. 이는 흙먼지 날리던 여름과 장마를 지나며 조금씩 성숙해지는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잘 담아내고 있다.

‘처녀들의저녁식사’‘유령’을 촬영한 홍경표 촬영기사가 잡아낸 영상은 수려하고 화면구도도 안정적이다. 단 신인인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집중을 흐트려놓는 것이 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