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방송사고 MBC 「울상」…5일밤 「백지연의 백야」

  • 입력 1999년 7월 6일 19시 50분


MBC가 최근 잇따른 방송사고로 ‘공영방송’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

MBC는 5월11일 만민중앙교회 신도들로 인한 ‘PD수첩’ 방송중단사태 이후 지난달 20일 ‘뉴스데스크’에서 3분간 화면송출 중단, 5일 밤11시20분경 ‘백지연의 백야’에서 2분 가량 정지화면이 나가는 사고를 냈다.

MBC측은 “이물질에 민감한 디지털 테이프에 먼지가 끼어 제대로 화면송출이 되지 않았다”며 영상합성기의 고장으로 인한 ‘뉴스데스크’사고 때처럼 불가항력이었다고 해명했다.

각 방송사 테이프 중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디지털 테이프는 기존 아날로그 테이프에 비해 화질이 선명한 반면 자성과 이물질에 훨씬 민감해 외국에서는 냉동상태로 주조정실에 건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날 사고를 기술적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 방송가의 지적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제작진이 방송 직전 주조종실에 테이프를 건네는 바람에 미처 복사본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 전파를 송출하는 주조정실에서는 원본과 복사본 테이프를 동시에 돌려 원본에 이상이 생길 경우 곧바로 복사본을 방송하는 것이 원칙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경우 제작진이 방송 직전 테이프를 들고 오기 때문에 복사본을 마련할 시간이 없다”고 밝혀 이날 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인재(人災)’임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담당PD가 방송시간 몇분전까지 편집을 마친 후 허겁지겁 주조정실에 건네야할 만큼 열악한 방송제작환경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PD수첩’방송중단 사건 당시 윤길용PD도 방송시간 직전에 테이프를 넘겼다.

한편 MBC는 사고가 날 때마다 사장을 포함한 간부 등의 감봉(‘PD수첩’사건), 보도기술부장 등 관련자의 인사위원회 회부(‘뉴스데스크’사고) 등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방송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어 MBC 내부의 시스템과 인사 및 기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번 ‘뉴스데스크’사고 이후 MBC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획기적 백업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가시적 움직임은 나오지 않았다. MBC는 이번 사고와 관련,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