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쇼 진품명품」 존폐논란 또 제기

  • 입력 1999년 7월 8일 17시 55분


○…KBS1‘TV쇼 진품명품’(일 오후5·00) 제작진은 7일 1000여점에 이르는 고미술품 위조 사건이 발생하자 긴장.

‘TV쇼…’는 시청자가 소장하고 있는 골동품이나 고미술품의 진위를 따져 값을 매기는 프로인데 이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공창호 전병광씨가 감정 위원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

전씨 등은 방영 초기인 95년 상반기 각각 회화와 고서화 전문가로 이 프로에 3, 5차례 출연했다. 검찰은 “이들은 이 프로 등에 출연하면서 얻은 공신력으로 고미술협회 명의의 공식감정서를 남발했다”고 발표했다.

○…‘TV쇼…’는 5년 이상 ‘장수’하면서 고고학자와 미술사학자들의 비판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기도 했다.

97년에는 한국고고학회에서 “문화재를 선인들의 정신이 깃들인 가치로 보지 않고 돈으로만 따지는 분위기를 조장한다”며 프로 폐지를 주장했다. 그해 4월에는 프로 초창기 도자기 감정위원이었던 고미술상 임상성씨가 삼국시대 철제갑옷으로 추정되는 도굴유물을 유통시켜 문화재보호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98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이 프로의 방영전후 문화재 도굴 비교현황을 제출하라는 의원들의 공세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 이 프로에서 200년된 백자필통인 ‘백자투각용문진사채필통 (白磁透刻龍紋辰砂彩筆筒)’에 5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감정가가 매겨졌으나 학계는 여전히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

○…그러나 ‘TV쇼…’측은 이번 사건 때문에 프로가 폐지되거나 구성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씨 등은 잠깐 나왔을 뿐이며 현재의 감정위원들은 2, 3년 전부터 계속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를 진행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신상용 책임프로듀서는 “이 프로는 220회를 넘는 동안 감정의뢰가 1700건이 넘는 등 시청자들의 열의가 높다”며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 그러나 걸핏하면 가짜 고미술품 사건이 터지는 국내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쇼’ 형식으로 전통을 상품화하는 프로가 자칫 공영방송 KBS의 이미지를 훼손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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