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동물 보호 또는 멸종동물 재발견 차원에서가 아니다. 인간에게 해로운 동물로만 알려진 늑대가 실은 생태계 조절자로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하며 인간을 위주로 하는 가치판단이 환경에는 되레 해가 될 수도 있음을 일깨웠다.
제작진은 ‘늑대가 과연 이 땅에 살아있는가’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지금 노인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뒷산에 출몰하던 늑대들.
그러나 제작진이 두달간 수소문한 끝에 알아낸 것은 60년대 경북 영주에서 마지막 한국산 늑대로 추정되는 늑대새끼 다섯마리가 사람 손에 길러졌고, 당시 창경원 동물원에 기증돼 수십마리가 퍼져 나갔지만 96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그 마지막 늑대가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 ‘해수구제(害獸驅除·호랑이 곰 늑대 등 인간에게 해로운 짐승을 박멸하려는 정책)’로 1300여마리의 늑대가 포획된 이후 ‘씨’가 마르게 됐다는 것.
늑대가 사라진 자연은 황폐해진다.
제작진은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들어 늑대가 없어지면서 사슴 등 초식동물의 개체수가 기형적으로 번식하고 이로 인해 식물과 곤충까지 뚜렷하게 줄어든 점을 지적한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위에 위치하는 늑대는 하위사슬 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생태계 조절자’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 사슬이 끊어진 탓이다.
이같은 자연파괴의 징후를 발견한 미국은 600만달러를 들여 캐나다에서 41마리의 늑대를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옮겨왔다고 이 프로는 소개했다.
심광흠PD 등 제작진은 야간투시용 적외선카메라까지 동원, 우리 땅에 늑대가 남아 있는지 추적했다.
그러나 야생 늑대 촬영에는 실패하고 대신 늑대의 먹이감인 고라니가 쫓긴 흔적 등으로 늑대의 서식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그쳤다. 심PD는 “1년 기한의 프로젝트였으나 제작여건상 2개월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던 것은 내내 아쉬웠다.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한국 늑대의 또다른 흔적을 짚어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
경북 영주에서 건너간 줄 알았던 일본 도쿄 등 3개 도시 동물원의 한국산 늑대가 북한의 평양동물원에서 건너온 것을 발견, 북한의 늑대 서식 가능성을 알아낸 점은 흔치 않은 ‘가외소득’이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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