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코미디」가 다시 돌아온다…꽁트식 프로 제작

  • 입력 1999년 7월 25일 18시 39분


요즘 방송3사 희극인실의 중견 코미디언들은 축제 분위기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이야…”하며 여기저기서 악수를 한다. 말잘하는 몇몇 스타급 개그맨들이 주름잡아온 버라이어티쇼나 토크쇼 틈 사이로 ‘옛날 코미디’가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 자장면’이 수타(手打)식 전통 요리법을 고집하듯, ‘옛날 코미디’는 해학 가득한 몸짓과 표정, 기승전결이 분명한 70, 80년대의 꽁트식 구성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

MBC가 5월부터 방송하는 ‘행복충전, 유쾌한 일요일’, SBS가 임하룡 최양락 김종국 등 중견 코미디언들을 중심으로 8월2일부터 내보내는 ‘코미디 살리기’가 이에 속한다. KBS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연극무대에서 인기를 모았던 ‘개그콘서트’를 파일럿프로(정규 편성이전의 시험방송)로 내보낸 뒤 반응이 좋아 정규편성 시간대를 저울중이다.

이같은 코미디 부활의 가장 큰 이유는 호전된 방송사 주머니 사정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각 방송사 광고수주율이 90%이상으로올라섰다.10여명의중견 코미디언이 출연하는 코미디 프로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게 됐다는 뜻.

사실 IMF관리체제이후 방송사마다 버라이어티쇼를 앞다투어 방영했던 것도 2,3명의 스타급 개그맨만 출연시키면 된다는 ‘제작비경감’이유가컸다.KBS 경명철주간은“‘옛날 코미디’한번만들 제작비로 버라이어티쇼 두세번 제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상당수의 코미디언들이 방송에서 설자리를 잃었다. ‘코미디 살리기’로 2년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중견개그맨 A씨는 “정통 코미디를 하겠다던 젊은 후배들 중 내가 아는 이만 10여명이 직업을 바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에 다시 TV에 돌아온 고참 코미디언들은 각오를 새롭게 하는 태세다. SBS‘코미디 살리기’출연진은 정신무장을 위해 해병대 훈련소를 다녀오기도 했다.

개그맨 K씨는 “중장년 시청자들은 젊은 개그맨들의 개그를 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웃음에도 세대차가 있기 때문이다. 젊음의 웃음과 나이든 이들의 웃음은 코드가 다르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웃음을 돌려주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