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커출신 탁재훈(26)의 끈적거리는 목소리와 ‘룰라’ 초기 멤버였던 신정환(24)의 랩이 탄탄한, 분명 노래하는 가수들이지만 이들은 나오는 프로마다 대본에도 없는 폭소탄을 날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SBS ‘좋은 친구들’ ‘기쁜 우리 토요일’에서는 고정출연이고 KBS ‘서세원쇼’는 전속출연 수준.
하지만 이들을 단지 ‘말 잘하고 웃기는 가수’로만 보면 오산이다.
일선PD들은 “절묘한 애드리브와 논리를 앞세운 ‘남희석 류’는 아니지만 웃겨보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말한다. 덕분에 시청자들의 썰렁한 반응을 ‘호환 마마보다 무서워하는’오락프로 PD들에게 이들은 일종의 ‘시청률 보험’으로 자리잡았다.
SBS의 한 PD는 이들의 인기 비결을 오기(傲氣)에서 찾는다. “탁재훈은 독집앨범을 세번이나 냈지만 내내 무명이었고 신정환은 ‘룰라’멤버였지만 정작 ‘룰라’가 잘 나갈 때는 군복무를 했다”는 배경설명. 이때문에 더이상은 지지않겠다는 ‘악’을 발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가끔은 억지스러울 정도로 덤벼들고 설사 망신을 당해도 항상 웃는 모습이다.
말이 안통하면 ‘컨츄리 꼬꼬’라는 이름처럼 ‘촌닭’같은 몸짓으로 쓴웃음이라도 뽑아낸다. 요즘 흔치않은 ‘헝그리 정신’의 소유자들인 셈이다.
지난해 ‘오 해피’로 데뷔한 이들은 최근 발매한 2집 머릿곡 ‘일심(一心)’을 연속 히트시키면서 “이제 우리를 가수로 봐달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탁재훈은 “괜히 2집의 절반 이상을 직접 만들었겠느냐”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를 듣다보면 웃기는 장면이 파노라마 식으로 흘러간다”는 MBC의 한 가요PD의 말처럼 이제 그들을 노래만 따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는 없게 됐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