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만화]보는 재미 배우는 재미「쏠쏠」

  • 입력 1999년 8월 1일 19시 21분


스포츠만화가 다양해지고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신의 아들’ 등 80년대 스포츠만화는 야구 권투 등 일부 인기종목에만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골프 배구 싸이클 탁구 테니스까지 그 폭이 무한정 넓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비인기종목 스포츠는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작가들의 치밀한 취재가 기본. 이제 스포츠만화는 주인공의 과장되고 신비로운 액션보다는 경기규칙과 기술 등 리얼리티가 풍부하게 살아있는 ‘인포테인먼트’만화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의 돌풍은 골프만화. 박세리선수의 선전이 만화계 골프붐을 낳았다. 만화가 이상무는 ‘운명의 라스트홀’‘불타는 그린’(서울문화사)에서 싱글 수준의 자신의 골퍼 경험을 바탕으로 박진감넘치는 경기 장면과 골프 테크닉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본격 배구만화 ‘A퀵’(학산)은 도전과 승리라는 스포츠물의 전형적인 코드에 신세대다운 감성을 결합한 작품. 여성 스토리작가인 김언정은 학창시절부터 열성 배구팬이다. 배구장은 물론 연습장까지 찾아 주요 스타들의 경기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박흥용의 ‘내파란 세이버’는 자전거를 타는 시골소년의 푸른 꿈을 그린 수채화같은 만화. 대한사이클연맹으로부터 사진과 자료를 구했고 의정부 벨로드롬을 수차례 찾아 사이클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취재했다. 박흥용은 “페달을 아래로 찍을 때마다 꿈틀꿈틀 터질 듯 움직이는 그들의 허벅지는 과연 생명이 뭔가에 대해 알게 해주었다”고 설명.

한편 일본의 스포츠만화는 현역선수 출신까지 스토리작가로 나서며 더욱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골프천재 탄도’‘바람의 대지’(대원)의 스토리작가 사카타 노부히로는 프로골퍼 출신.

90년대 일본만화의 최고의 히트작인 ‘슬램덩크’의 작가 타케히코 이노우에가 농구선수 출신이라는 것은 유명하다.

이제 스포츠만화에서는 불우한 소년이 죽을 때까지 링위에서 싸운다거나, 약팀이 지옥훈련을 거쳐 최강의 야구팀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80년대식 영웅담은 더이상 없다. 대신 주인공들은 즐기기 위해 스포츠를 하고, 세련된 기술을 뽐낸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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