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영화(범죄영화)의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에다 거짓과 부패가 들끓는 곳에서 위선의 베일을 벗겨낸다는 주제는 지난해 나온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스릴러 ‘8㎜’와도 많이 닮았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복종과 명예의 규율로 겹겹이 둘러쌓인 군 부대 안 여성의 성적 학대가 소재라는 것. 미 육군의 거물급 장군은 엘리트 장교인 자신의 딸이 그로테스크한 시체로 발견되었는데도 수사관에게 “당신이 군인인지 경찰인지, 태도부터 결정하라”고 다그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오락성, 군대의 여성문제를 고발하는 진지한 메시지, 그 어느 쪽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딜레마다. 잘 짜여진 스릴러물이지만 그저 즐기기엔 장군의 딸이 살해당한 장면의 시각적 충격이 너무 크다. 반면 장군의 딸이 성적 학대에 대한 복수로 선택한 방법은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
기괴한 살인사건을 푸는 수사관 역은 존 트라볼타와 매들린 스토우가 맡았다. 연기력이 있는 배우들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만족스러운 수준이 못된다. 존 트라볼타는 비비 꼬인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명민한 수사관보다는 영화 초반부에 잠깐 보여줬던 호전적인 잠복수사요원 역에 차라리 더 어울린다.
매들린 스토우는 존재의 이유가 궁금할 정도로 미미한 역할에 그쳤다. 감독은 ‘콘 에어’를 연출한 사이몬 웨스트. 7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