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잠실 주경기장을 대관한 것은 이례적인 일. ‘별밤’이 우리 나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공연은 또 유명가수들을 대거 연주자로 기용한 것이 특징. ‘기념’콘서트 특성상 요식 행위로 그칠 것 같지만 중견급들로 포진된 출연진을 보면 음악성에도 신경을 쓴 것 같다. 김종서(드럼) 박정운(베이스) 김건모 이적(건반) 김수철 이문세(기타) 이소라 박미경 장혜진(코러스) 등. 상대적으로 연주하기 간단한 퍼커션(타악기의 일종)은 MC가 맡아온 관례 상 이 프로의 진행자인 이휘재가 맡는다.
최근 ‘별밤’은 ‘밤의 교육부장관’이란 별칭을 들으며 최전성기를 구가한 이문세 시대(14대 DJ·1986∼1996)에 비해서는 ‘세’가 떨어진 것이 사실. 당시 ‘별밤’의 일요일 공개방송은 학생들 사이에 녹음 테이프가 돌 정도였다.
연출자인 김도인PD는 “10년 넘게 이문세의 퍼스낼리티에 의존하다보니 ‘포스트 이문세’를 착실하게 준비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MBC는 이문세 외에 ‘별밤’이 30년을 이어온 원동력으로 70년 봄 영입했던 이종환을 꼽는다. 당시 국내의 몇 안되는 팝 전문DJ로 활약하던 이종환은 직접 제작까지 맡으며 특유의 낭만적인 목소리로 70년대 젊은이들에게 포크와 팝송을 소개했으며 엽서로 청취자와의 교감을 넓혀가기도 했다.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로 대표되는 70년대 청년문화의 한 축을 이끌었다.
라디오 프로그램 특성상 ‘별밤’은 작가들의 몫도 컸다. 또 그만큼 역량있는 작가의 ‘도약대’이기도 했다.
SBS 드라마 ‘은실이’의 작가 이금림은 현재 제작자로 변신한 이수만(12대 DJ)과 활동했고 ‘모래시계’의 송지나는 서세원(13대)과 작업하기도 했다. 콘서트 초대권 문의 02―789―2724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