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KBS2 ‘서세원쇼’를 녹화하는 연출자 권영태PD는 “노파심에서 매번 잔소리를 하지만 역시 동원 방청객이 믿음직스럽다”고 말한다.
스포츠에 관중이 있다면 오락프로에는 방청객이 있다. 특히 방청석의 앞자리를 차지하면서 프로의 분위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바로 ‘동원 방청객’이다.
동원 방청객은 즐기기 위해 자발적으로 (따라서 무료로) 녹화현장을 찾는 일반 방청객과는 달리 5∼6개 이벤트회사에서 동원한 일종의 용역인력.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일하지만 PD의 입맛에 맞게 박수치거나 때론 ‘우∼’하며 야유보내는 데 선수급이다.
오락프로가 ‘주무대’인만큼 젊은층이 대부분. 대개 잡지에 소개된 이벤트회사의 광고를 보고 연락해 ‘회원’으로 가입해 직업적으로 방청한다. 방송사에서는 녹화 중 ‘돌출행동’을 우려, 고졸이상의 20대를 동원 방청객의 선발 기준으로 삼고 있다.출연료는 녹화방송을 기준으로 1회(2∼3시간) 1만원 안팎. 생방송이나 심야방송일 경우 출연료는 배로 뛴다. 이벤트회사의 몫은 출연료의 40% 안팎. 주부대상프로에는 ‘아줌마’도 동원되는데 이들은 이벤트회사와 전속관계인 고참급 아줌마 방청객이 별도로 관리한다.
이벤트회사에서는 이들의 단합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바람잡이’를 따라 붙인다. 바람잡이는 스튜디오 현장이 화면에 비치지 않는 ‘인서트’상황에서만 손짓과 표정으로 방청객의 행동을 ‘지휘’한다.
돈 받고 하는 일이라 애로사항도 만만치 않다. 1시간 방송기준으로 최소 2시간 이상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표정이 일그러지기도 한다. 도중에 화장실도 갈 수 없다. 권PD는 “가끔 객석의 표정을 잡는데 초보인 동원 방청객이 얼굴을 찡그리기라도 하면 당장 NG를 외쳐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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