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로 드라마는 일요일 어느 사진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탐정물의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연출자 김형일PD는 ‘사람 얘기’를 담아내기 위해 공간설정과 인물 관계를 극도로 단순화, 살인범을 추적하는 것이 ‘주목표’가 아님을 시작부터 암시한다.
살인사건을 담당한 김형사(김갑수 분)는 우선 아내 지경희(김서라 분)를 의심한다. 죽은 남편(최용민 분)과 나이 차이가 많았고 얼마 전부터 사진관에 들른 한 아마추어 사진가 정명식(하재영 분)과 눈이 맞았다는 점에 주목한 것. 하지만 지경희는 “그가 나를 좋아했고 그래서 남편을 죽인 것 같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김형사가 사진가 정씨의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를 확보하면서 오히려 그가 지경희의 요구에 따라 그녀의 누드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거꾸로 지경희가 사진가를 흠모했다는 얘기. 막바지에 지경희는 “왜 누드사진을 찍었느냐”는 김형사의 질책어린 신문에 “차라리 나를 살인범으로 몰지언정 귀중한 내(누드) 사진을 욕되게 하지마라”고 항변한다. 나이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한 젊은 아내의 성적 욕망을 비스듬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김형일PD는 1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원작인 올해 동인문학상 후보작이었던 작가 김영하의 동명 단편소설의 핵심을 추려내는 솜씨를 발휘했다. 고속촬영으로 세월의 흘러감을 보여주는 등 여러 군데서 드라마로서는 보기 힘든 장면을 만들었다. 김갑수 하재영 등 연기력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 않는 중년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도 드라마의 완성도에 한몫 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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