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해방 후 좌우 대립 속에 빚어진 현대사의 비극 중의 하나. 제주도의 좌익 무장대가 48년 4월3일 남한의 단독선거 반대를 위해 무장봉기를 벌이자 군경 진압군은 토벌작전으로 맞섰다. ‘이제는…’은 관련 자료를 인용해 이 과정에서 당시 30여만명의 제주도 인구 중 약 3만명이 희생됐다고 추정.
‘이제는…’은 4·3을 다뤘던 이전 프로들에 비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측이 군경의 초토화 작전을 사전에 묵인하고 있었음을 밝혀낸 것이다. 최근 공개된 미 국립문서기록보관서의 미군정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진압군의 과잉진압으로 양민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제주도에 주둔하던 당시 김익렬 9연대장은 자신의 유고에서 미 군사고문단이 초기부터 강경 진압책인 초토화작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또 좌우 양측의 평화협상이 좌절되는 계기가 된 오라리 방화사건은 우익인 대동청년단에 의한 것임을 관련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
이같은 성과는 관련 자료와 사건 당사자들의 증언을 제작진이 꼼꼼히 챙긴 덕분이다.
그러나 이 프로는 증언과 관련 자료 등의 선택에서 지나치게 ‘4·3 피해자’측의 입장을 부각시켰다. 이해관계나 해석이 다른 역사상의 주요 사건을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 사건이 현재와 가까울수록 난이도는 더욱 높아진다. 새로운 실체를 밝혔다면 반대편 입장에 있는 상대방에게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제공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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