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지윤 「가버려」 인기 몰이

  • 입력 1999년 9월 14일 18시 38분


여고생 댄스가수 박지윤이 하반기에도 여전한 ‘여풍’(女風)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불과 1개월여 전 발매한 3집의 머릿곡 ‘가버려’가 음반판매 순위는 물론, TV와 라디오의 각종 차트에서 정상권에 진입한 것. ‘신나라 레코드’가 집계한 순위에는 8월 마지막 주 10위로 처음 등장했고 다음 주에 곧장 1위로 치솟았다.

98년 1월 데뷔 당시부터 17세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성숙한 외모와 몽환적인 중성음으로 또래와는 확연히 구별된 박지윤의 캐릭터는 ‘도도함’이었다. 박지윤은 3집의 제목(The age ain't nothing but a number·나이는 단지 숫자만은 아냐)처럼 이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친구 애인을 낚아채는 감정을 당돌하게 담아낸 2집 히트곡 ‘스틸 어웨이’에 이어 ‘가버려’는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 널 보내주마’라는 뉘앙스마저 풍긴다. “네 날개를 꺾어버린 것은 나일테니…/ …처음의 너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가버려….” 성악 발성을 기초로 풍부해진 성량은 자칫 비음으로 들리기 쉬운 가성(假聲)을 오히려 힘껏 쳐올리면서 ‘위풍당당’함마저 느끼게 한다.

3집부터 메이크업과 의상을 엄정화 류의 ‘반짝이’계열로 바꾼 박지윤은 노래를 부르면서 웃음을 보이지않는 제스처로 ‘가버려’와 분위기를 맞추고 있다. ‘핑클’‘SES’ 등 걸그룹들이 윙크와 손짓 등 각종 앙증맞은 제스처로 ‘귀엽게’ 섹스어필하는 것과는 달리 박지윤은 ‘도도하게’ 군다.

물론 그 덕에 ‘박지윤은 정이 안간다’는 반응도 있는 것이 사실. KBS2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연출자 박해선PD는 “발성을 보다 강화해 발라드에 도전한다면 푸근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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