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한국방송공사법에 따르면 KBS 수신료는 KBS 이사회의 심의 결정을 거쳐 문화관광부가 재정경제부와 협의해 최종 승인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4월말 조모씨가 낸 수신료 위헌 소송에 대해 수신료는 준조세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국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KBS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수신료를 징수할 법적 근거를 잃어버릴 판이다.
가장 명쾌한 해결 방안은 통합방송법안의 통과. 통합방송법안에는 수신료를 KBS 이사회→방송위원회→국회를 거쳐 결정하게 돼있다. 즉 통합방송법안이 통과되면 수신료 문제로 인한 KBS의 고민이 말끔히 해결되는 셈.
문제는 통합방송법안이 통과될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 KBS는 이를 대비한 대응책도 강구 중이지만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대응책을 내놓으면 오히려 법안 표류를 미리 계산하고 있다며 정치권이나 방송계의 불필요한 오해를 살 우려가 있기 때문.
특히 지난 8월 임시국회 때 통합방송법안 통과의 걸림돌 중 하나가 KBS가 주장한 경영위원회 때문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어 통합방송법안의 향배에 대해서는 가급적 목소리를 낮춰야할 처지다.
KBS 정책기획국측은 “연내 수신료와 관련된 법규를 개정하는 게 매우 절박하다는 사실을 계속 국회 문화관광위에 알리고 있다”며 “이번 국회 회기내에서 통합방송법안의 향방을 지켜본 뒤 관련법규 개정 등 대응책을 내놓더라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관련 법규는 수신료 결정 과정을 규정해놓은 한국방송공사법 36조 1,2항.
수신료는 KBS의 99년 예산 8156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241억원(52%)을 차지할 만큼 KBS의 가장 큰 재원이다. 나머지 재원은 광고수입으로 3915억원이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