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異種)매체 간의 손잡기는 21세기 미디어 산업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핵심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 이는 방송의 소프트웨어(콘텐츠)와 빛의 속도로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 사이에 형성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걸음마 수준이긴 하나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시작되고 있다. 9월 초 KBS와 한국통신이 맺은 협력 계약이 대표적 사례. 양사는 3단계 마스터 플랜 ‘i2K 프로젝트’(가칭)를 마련하고 1단계로 11월부터 인터넷 방송을 실시하는 한편 시청자들이 ‘왕과 비’ 등 인기 프로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도 시행한다. 매년 80억원을 공동 투입할 예정.
MBC는 올해초 인터넷망 사업자인 두루넷과 제휴해 초보 수준의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 9월초 ‘인터넷 전략 기획팀’을 발족해 ‘방송 통신 융합’에 대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SBS는 최근 자본금 30억원으로 ㈜SBS인터넷을 설립해 하나로 통신과 제휴했다. 내년부터 실시간 방송과 VOD 서비스도 시행할 계획.
케이블TV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한 방송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뉴스채널 YTN은 인터넷망사업자인 하나로 두루넷 드림라인과 제휴해 실시간 방송을 내보내는 한편 최근에는 011 이동전화를 통해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대비해 관련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안도 이 부분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다시 정비해야 할 판이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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