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나 춤에 주체할 수 없는 끼가 용솟음치기 때문에 ‘신들린 아이’라고도 불리는 그가 드디어 테크노 음반 ‘Let’s Go to My Star’(나랑 우리 별에 가요)를 발표하고 머릿곡 ‘와’의 뮤직비디오를 곧 내놓는다. 이 뮤직비디오는 20일부터 음악전문 케이블TV 등에서 공개된다.
11일 밤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있는 사설 임대 스튜디오 ‘J Art’. 이정현은 뮤직비디오를 찍느라 이틀째 밤을 밝히고 있었다.
‘큐’ 사인과 함께 강렬한 비트와 몽환적인 분위기의 노래 ‘와’가 쏟아지자 그는 파충류처럼 몸을 비틀어댄다.
우주선 내의 무중력 상태를 가상한 상황. 줄에 매달려 두둥실 뜬 그는 팔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우주 테크노 댄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얼굴 표정도 수 십 가지. 불안과 기대, 환희와 고통의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나타낸다.
50년대 말 독일에서 탄생한 테크노는 첨단기기 음의 무의미한 반복과 강렬한 비트가 특징. 인간과 기기의 조화를 추구하는 테크노는 세기말적 정서와 맞물리면서 이제 이정현의 표정처럼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운 음악이 됐다.
머릿곡 ‘와’의 도입부에는 국립국악원 단원인 이태백의 아쟁 연주를 넣어 테크노와 국악을 접목시켰다.
이 노래는 감상용이 아니다. 강렬한 비트에 몸을 싣고 흔들어대야 하는 노래다. 이정현도 “노래를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보고 팬들이 모두 춤을 추면 좋겠다”고 말한다.
테크노 춤은 두 손을 불끈 쥐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것. 한국에서 ‘도리도리 춤’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그 뜻은 뭘까. 이정현은 “미래 세계의 막연한 불안에 대해 ‘모르겠다’는 몸짓일 것”이라고 나름의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이정현은 또 이 음반의 수록곡 ‘GX 339―4’를 작곡했다. 여가수가 자신의 첫 음반에 자작곡을 수록한 것은 드문 사례. 그만큼 노래에 스스로의 느낌을 풍부하게 담았다는 의미다. 가수 양진석은 “팬은 자신이 감히 들어서지 못하는 세계를 펼치는 가수에게 열광하는데 이정현은 바로 그 전형”이라고 말한다.
새천년의 시작이 두어 달 남은 지금, 이정현은 밀레니엄 스타를 꿈꾸고 있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