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패밀리」 데뷔앨범 인기…『흑인랩 이질성 탈피』

  • 입력 1999년 10월 12일 18시 42분


올해초 힙합 컴필레이션(편집) 앨범 ‘1999 대한민국’의 수록곡 중 ‘우리 같이 해요’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힙합그룹 ‘허니패밀리’. 그들이 한달 반 전 발매한 데뷔앨범 ‘허니패밀리’의 타이틀곡 ‘남자이야기’로 올해 후반기 힙합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8만장이 판매된 이 앨범은 최근 ‘신나라 레코드’ 판매 집계에서도 한 달 간 5위권(지난주 3위)을 유지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다가 은퇴 후 음반기획자로 변신한 ‘춤꾼’ 이주노가 만든 그룹답게 ‘허니패밀리’의 장기 중 하나는 안정된 댄스. 리더 ‘명호’ 등이 주축이 된 7명의 래퍼 외에 백보컬을 맡은 신규 멤버 4명과 11명의 댄서들이 나와 ‘패밀리(가족)’답게 조화로운 힙합 군무(群舞)를 연출한다.

최근 해체된 ‘YG패밀리’ 등 다른 힙합그룹과 달리 드러내놓고 밝은 힙합을 구사하는 점도 특징. 이들이 직접 작곡 편곡한 15개 수록곡 중 ‘종군위안부’ 정도가 심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많은 힙합그룹들이 상업성을 감추기 위해 표면적으로 저항성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훈훈한’ 이야기를 힙합 특유의 흥겨운 리듬에 담는 역차별 전략. “토끼같은 자식과 여우같은 마누라 이들을 위해 난…/…느끼나요? 그댈 향한 우리들의 사랑을…”(남자 이야기)하는 식이다.

가요계에서 ‘허니패밀리’의 음악을 ‘된장 힙합’‘김치 힙합’이라고 하는 것도 이들이 흑인 래퍼들의 이질적인 저항성 대신, 편안하게 우리네 일상적 감정을 흥얼대기 때문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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