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리우드에선]"돈만 풀면 오스카賞은 내것"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8시 26분


내년 4월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할리우드에서는 ‘오스카(아카데미상 트로피) 캠페인’이 벌써 시작됐다. 미국 연예주간지 ‘버라이어티’ 최근호는 영화사마다 발벗고 나선 ‘오스카 캠페인’의 양상을 소개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까지 여섯달이나 남았는데 경쟁이 시작된 건 이례적이다. 왜 그럴까?

우선 막강한 선두주자가 없기 때문. 또 예상을 뒤엎은 올해 수상 결과의 영향도 크다. ‘라이언일병 구하기’가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꼽혔지만 작품상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돌아갔다. 결국 누구도 수상을 확신할 수 없으므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무엇보다 ‘오스카 캠페인’의 진짜 이유는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벌어들이는 돈 때문. 올해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아카데미 후보 지명 전까지 미국 내에서 3600만 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후보가 된 뒤 수상 직전까지의 흥행수익은 7300만 달러로 103% 늘었다. 또 작품상 수상 후의 흥행수익은 1억 달러로 처음보다 177%가 뛰어올랐다.

다음은 각 영화사들의 아카데미 공략 작전.

▽평론가를 잡아라〓‘자가발전’을 하지 않고 평론가들이 ‘그 영화 정말 좋다’고 말하게 하는 우회전술. 요즘 드림웍스사의 ‘아메리칸 뷰티’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자 지난주 디즈니사는 서둘러 ‘인사이더’의 평론가 시사회를 열었다.

▽나중된 자가 먼저 된다〓라이온 게이트사는 ‘예수의 아들’의 개봉일을 12월22일로 잡았다. 아카데미 후보 지명 투표일(2000년2월4일)을 앞두고 마지막 순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작전. 늦게 개봉하면 개봉 홍보와 ‘오스카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강력한 홍보전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돈을 물쓰듯〓이미 영화를 개봉해 버린 영화사들이 특히 그렇다. 이미 잊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영화를 상기시켜야 하기 때문. 뉴라인사는 6월에 개봉한 ‘오스틴 파워’의 홍보를 위해 특별 전략을 마련하느라 고심 중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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