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정은 앵커 초년병 시절 방송 원고를 잃어버려 혼쭐이 났다. 첫 방송 때는 입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TV에서는 빈틈없고 단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원색의바지도입고덜렁대기도한다.
이 ‘뉴스’는 모두 사실이다.그가 직접 밝힌 것이다. 황현정은 최근 낸 책 ‘황현정의 신세대 앵커 만들기’(문예당)에 이런 이야기를 자분자분 늘어놓았다.
자정 무렵 전화 통화로 만난 그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데 숨김이 없다. ‘기계치’여서 새 자동차를 며칠만에 헌 것으로 만든다든지순발력이부족하다든지하는 이야기를 줄줄이 말한다. 책의 내용도 그런 분위기다. 친한 친구가 “방송국에서 말이야!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말하는듯.
황현정은 그러나 앵커우먼으로 이야기가 넘어가자 프로 의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생방송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매일의 긴장이 즐거워요.”
황현정은 연세대 영문과를 나와 93년 KBS에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이번 개편에서는 ‘사랑의 리퀘스트’ MC도 맡았다. 차분하면서 따스한 전달력이 장점.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소식을 전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수백만 시청자의 눈인 카메라에 ‘온 에어’ 신호가 들어오면 저절로 감정이 조절돼요. 앵커는 사실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냉정해야 합니다.”
미혼이다. “너무 눈이 높았나봐요.”
책에는 아나운서를 지망생을 위한 ‘수험가이드’도 담겨 있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