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레이더]MBC,PD 물갈이로 시청자 눈길 잡는다

  • 입력 1999년 10월 17일 18시 49분


방송 PD들은 개편 때마다 몸살을 앓는다. ‘성적’에 따라 프로그램이 살아남거나 사라지면서 담당 PD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가을 개편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곳은 오락 프로를 제작하는 MBC 예능국. 굵직한 오락프로의 제작을 지휘했던 거물급 책임프로듀서(CP)가 세 명이나 물러났고, 교양제작국의 한 CP가 새로 들어왔다. MBC가 기대를 걸었던 시트콤 ‘점프’ 등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러난 CP들이 기획했던 프로 가운데는 폐지됐거나 프라임 타임대에서 밀려난 것도 있다. 또 주요 출연진이 송두리째 교체된 프로도 있다. 그만큼 큰 폭의 물갈이가 절실했던 셈.

MBC의 한 편성관계자는 “문책성으로 볼 수도 있지만 CP들에게 아이디어 재충전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예능국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MBC에 타격을 주었던 SBS는 상대적으로 느긋했다. 개편도 소폭이고 PD들의 변화도 거의 없다. ‘김혜수 플러스 유’ ‘한밤의 TV 연예’ ‘황수관의 호기심 천국’ 등이 시청률 상위를 달리고 있는데다 ‘이홍렬 쇼’도 뜨고 있다.

‘이홍렬 쇼’를 맡은 김태성 PD는 ‘이홍렬 쇼’를 만든 뒤 다른 프로로 갔다가 복귀한 경우. SBS PD들은 그러나 MBC 오락프로의 간판 주자인 개그맨 김국진과 이경규가 복귀함에 따라 2000년 봄 개편까지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KBS의 오락프로를 제작하는 TV2국도 PD들의 변화는 거의 없다. MBC SBS와 맞경쟁하는 데 필요한 ‘실탄’(제작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데도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 등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

KBS의 한 편성관계자는 “오래된 프로가 많아 새천년이 시작되는 내년 봄 개편 때는 큰 수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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