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미국 대통령의 위상은 케네디대통령을 전후로 변화를 겪었다는 게 일반적 분석. 케네디와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의 스캔들이 대중에게 알려지자 미국 대통령은 더이상 존경받는 존재만은 아니었던 것. 특히 92년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할리우드는 대통령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97년 ‘앱솔루트 파워’에서 대통령(진 해크먼 분)은 남의 아내와 변태적인 섹스에 몰두하다 살인까지 저지른다. 같은 해 개봉된 ‘머더 1600’에서는 백악관에서 대통령(앨런 앨더 분)의 정부이자 아들의 애인인 여자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98년 ‘웩 더 독’에서는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대통령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전쟁마저 서슴치 않는 존재로 그려졌다. 대통령에 대한 풍자는 93년 코미디물 ‘데이브’로 절정에 이른다. 여기에서 대통령(케빈 클라인 분)은 평범한 소시민과 바뀌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97년 ‘에어포스 원’의 해리슨 포드는 대통령 전용기에 침입한 테러리스트와 일당 백의 싸움을 벌이는 영웅. 95년 ‘대통령의 연인’에서 마이클 더글러스의 사랑은 스캔들보다는 로맨스에 가깝다.
한편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91년)와 ‘닉슨’(95년)은 각각 케네디 암살 사건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중심으로 케네디와 닉슨의 실체에 접근한 영화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