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방송 복귀 코미디언 김국진

  • 입력 1999년 10월 24일 19시 26분


툭치면 그제서야 말을 쏟아놓는 구식 라디오처럼 더듬더듬 이어지는 어눌한 말투, 혀 짧은 소리. 얼굴도 ‘개그맨형’과는 거리가 멀다. 작고 조용하고 평범한 코미디언 김국진(34).

3월 방송을 떠났지만 그의 행보는 줄곧 화제였다. 난데없이 골프장에 나타나 세미 프로 골프테스트에 두 차례나 낙방했다. 또 코미디언으로는 이례적으로 SBS 16부작 드라마 ‘신화’(2000년 방영 예정)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스타답지 않게 ‘낯가리기’도 심한 그가 각종 코미디언 인기도 조사에서 1,2위를 다투며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신화’의 김종학PD는 “제대로 된 코미디는 정말 어렵다”면서 “국진이는 과장이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사람을 웃길 줄 아는 연기력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95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시작으로 23일 첫회가 방영된 ‘전파견문록’(토 밤9·50)까지 그와 5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김영희PD는 “요란스럽지 않은 가운데 팬들을 휘어잡는 ‘조용한 카리스마’와 코미디언답지 않은 ‘절제력’이 장점”이라고 평한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의 D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전파∼’의 첫 녹화현장. 동료 MC인 김용만과 게스트로 출연한 이경규가 방청객과의 즉흥 대화로 폭소를 유도했지만 김국진은 방송에 수줍은 소년처럼 미소만 방긋.

“사실 6개월만에 복귀하는 무대여서 ‘감’이 잘 오지 않았어요. 1분 1분을 억지로 웃기려고 하면 그 시간은 통하지만 나머지 45분은 잃어버립니다. 100m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을 뛰듯 레이스를 운영해야 하지요.”

그의 좌우명이자 연기 철학은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 인기는 좇는 게 아니란다. 그런다고 잡히는 것이 아니란 것.

곱상한 외모와 달리 외유내강 형의 전투적인 자세가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그를 변함없는 스타로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의 골프실력은 싱글 수준이지만 3월 1차 세미 프로 테스트에서의 기록은 83타. 1,2타수만 줄이면 합격이 눈에 보일 것 같아 7월 대회를 앞두고 하루 18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혀 컵을 잡지 못할 정도였지만 결과는 89타로 또다시 낙방.

코미디 밖 ‘외도’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골프든 드라마든 늦기 전에 기회가 있을 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91년 KBS대학개그제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지 햇수로 10년째. 단짝 김용만과 미국 여행을 떠났다가 복귀 프로에서 처참한 실패도 겪었고, MBC ‘일요일∼’ ‘테마게임’으로 코미디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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