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생후 백일에 사고로 왼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게 된 세일(김규철 분)은 흐느적대는 몸짓 때문에 별명이 해파리. 동네 꼬마들은 연방 그를 놀려대고 못된 외삼촌은 그의 돈을 빼앗아 화투판에서 날린다. 외숙모는 “병신 돈이라 재수없어 잃었다”며 오히려 세일에게 화풀이한다.
당숙은 그를 소몰이꾼으로 독립시키고 소박맞은 동숙(방은진 분)과 짝지어준다. 하지만 동료 소몰이꾼이 아내를 겁탈해 가정은 풍비박산의 위기에 처하고,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트럭이 소몰이꾼을 대신하고 할일이 없어진 세일은 세상을 뜬다는 줄거리다. 결국 드라마로서 ‘그가…’의 장점은 자수를 놓듯 줄거리를 ‘그림’과 연결했다는 점이다. 세일이 결혼 전후 소몰이를 나갈 때 정반대의 얼굴 표정이 나올법한 장면에 얼굴 대신 짙푸른 하늘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연출자 김충길PD가 줄거리를 느슨하게 풀었다기보다는 장면 장면을 고려해 부분적으로 줄거리를 농축시켰다는 해석이 옳을 듯하다.
줄거리가 없어 자연히 대사가 별로 없는 내용을 몸으로 소화한 연극배우 출신 김규철과 방은진은 최근 안방 극장에서는 보기 드문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김규철은 1시간20분 내내 연민이 가득하면서도 무념무상한 표정 연기를 잘 해냈다. ‘TV문학관’의 명성을 높였던 ‘벙어리 삼룡이’편의 탤런트 김영철을 연상케 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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