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포커스]'아이즈 와이드 셧' 볼수 있을까?

3월 타계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을 국내 영화관에서도 볼 수 있을까?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부부가 출연한 이 영화는 최근 PC통신 천리안이 네티즌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보고싶은 외국영화 1위’로 꼽힌 화제작. 그러나 음모 노출 등 일부 장면이 국내 심의기준에 맞지 않아 개봉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산하 영화등급분류소위는 최근 이 영화에 대해 국내 개봉이 불가능한 ‘등급보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소위는 배급사인 ‘워너 브러더스’가 문제 장면을 수정하겠다고 하자 결정을 번복하고 재심하기로 해 두 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거짓말’과의 형평성 문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워너 브러더스의 한 관계자는 “작품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큐브릭 감독의 유족에게 일부 장면의 수정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을 보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고하기로 소문난 큐브릭 감독의 유족이 영화를 고쳐도 좋다고 답변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7월 미국개봉 때 워너 브러더스는 디지털 작업으로 65초 가량의 그룹섹스 장면을 가리고 성인과 함께 오면 누구나 볼 수 있는 ‘R’등급 판정을 받아 개봉했다가 유족측의 거센 항의에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일본 대만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와 유럽에서는 수정되지 않은 원판이 개봉됐다. 대만에서는 첫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예외적으로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개봉됐다는 것.

한편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김수용 위원장은 “심의기준에 명백하게 위배되는 한 두 군데의 (음모) 노출 장면만 모자이크 처리하면 개봉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