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10일 오후 주민 등 20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경궁의 대들보를 놓는 상량식을 가졌다. 이 세트는 2만평의 대지에 왕궁 2곳, 기와집 47동, 초가 48동의 규모. 제작비는 모두 37억원으로 KBS가 25억원을 부담했고 문경시가 지반 조성비 등 12억원을 들였다. 사극 ‘태조 왕건’은 7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고증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복식 건축양식 언어 등을 재현한다. 일례로 세트 중 통일신라 말기 초가 5,6채는 현재 지상 120㎝ 높이의 네기둥위에 올려져 있는데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에서는 볼 수 없던 특이한 양식이다.
‘태조 왕건’은 고려를 세운 왕건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150부작 예정으로 25일경 촬영에 들어가 내년 3월4일 첫방영한다. 왕건 역은 최수종, 궁예는 김영철, 견훤은 서인석이 맡는다. 이들은 상량식에서 왕의 대례복과 전투복장 등을 선보였다. 왕건이나 궁예의 부인 등 여주인공은 아직 캐스팅을 못한 상태. 연기자들이 사극은 촬영이 힘들고 CF 출연요청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드라마사상 고려사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 사극의 도입부에 고려 말기를 다룬 적은 있었으나 고려 사극은 복식과 건축에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꺼려왔다.
박권상 KBS사장은 상량식에서 “사극 ‘태조 왕건’은 삼국을 통일하고 새 나라를 세운 태조 왕건의 지혜와 경륜, 집념을 되살려 새로운 천년의 리더십을 형상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KBS는 ‘태조 왕건’을 비롯해 앞으로 10여년간 고려사 전체를 드라마로 다룰 계획이다. KBS는 이를 위해 문경시와 10년간 부지 무상 임대 계약을 했다.
한편 문경시(시장 김학문)는 ‘태조 왕건’의 세트장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할 계획. 왕건 관련 캐릭터를 개발하고 문경온천 석탄박물관 등을 연계하는 증기기관차도 유치할 예정이다.
〈문경〓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