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MBC ‘남의 속도…', 엉성한 '좌충우돌 해프닝'

  • 입력 1999년 11월 15일 18시 31분


MBC 주말극인 코믹홈드라마 ‘남의 속도 모르고’(토일 밤8·00)가 방영 2주가 지나도록 ‘방향타’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정한 플롯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웃음 뽑아내기’에 바빠 어설픈 시트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무엇보다 장면 간의 ‘연결고리’가 없는 데서 비롯된다. 도대체 왜 최소한(유동근)이 전남자(이미숙)의 스쿠터를 타고 나가서 낮부터 밤늦게까지 분홍색 운동복 바람으로 길거리를 서성거려야 하고, 나도봉(윤미라)은 왜 집안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지에 대한 극적 논리가 없다. 시청자는 그저 상황이 빚어내는 헤프닝에 내키지 않는 쓴웃음을 지을 뿐이다.

▼엉성한 플롯 논리도 부족▼

‘남의…’가 코믹홈드라마로서 갖춰야 할 기축 캐릭터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이제껏 화제를 불러모았던 코믹홈드라마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연기자들이 매끈한 코믹 연기를 보여주었다.

▼주연급 연기도 기대 이하▼

하지만 ‘남의…’에서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유동근은 아직 어깨에 힘이 덜 빠진 듯하다. 동생 친구이자 세입자인 전남도(홍학표)가 어린이가 먹던 핫도그를 사주지 않자 “너처럼 돈독이 올라 3일 만에 죽은 사람이 있데에∼”라고 해보지만 목소리는 ‘용의 눈물’의 태조처럼 근엄할 뿐이다.

또 제작진은 ‘남의…’에 서민들의 애환을 담겠다고 했지만 드라마에서 인생에 대한 고민은 돈이 없어 결혼을 미루는 최대한(이재룡) 나도해(신애라) 커플에서 약간씩 드러날 뿐이다. 물론 50부작이니만큼 겨우 4회 방영된 ‘남의…’에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매회 부제를 달아야 할 50부작 코믹 시트콤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십상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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